
누구나 노인이 된다. 노인이 되면 신체나이가 반비례하면서 걱정이 늘어난다. '더 이상 일하기 힘든데 노후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까?' '건강하게 살 방법이 없을까?' 2019년을 살고 있는 노인들에겐 한 가지 고민이 더 있다.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잘 살 수는 없을까?' 피부양(被扶養)에 대한 걱정이다. 베이비부머(60~70대) 노인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인 동시에 자식에게 의지하지 않는 첫 세대이다. 이들에게 피부양에 대한 걱정은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식이나 가족에 기대지 않기 위해 실버타운을 선택한 사람들이 있다. 실버타운은 건강한 노인이 모여 사는 타운하우스이다. 요양원이 아니다. 부대시설은 입주 금액대별로 차이가 있지만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기본적으로 거주할 집과 하루 3식이 제공된다. 노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간단한 의료시설이 준비된 곳도 있다. 실버타운에는 건강한 노인들이 함께 생활하며 여가생활을 공유한다. 실버타운에 입주한 노인들, 이들은 무슨 이유로 실버타운에 오게 되었을까? 경북 김천에 위치한 실버타운을 방문해 보았다.

◆초보의 실버타운 적응기
김호영 씨 내외는 2017년 1월 대구에 있던 집을 정리하고 실버타운에 입주했다. "나이 먹으면 마누라도 쉬어야 하는데 밥 해달라고 하기 미안합디다. 여기서는 삼시세끼 따뜻한 집 밥을 차려주니까 너무 편해요." 김 씨 내외는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다른 지역에 있는 실버타운에 대해 알아보기도,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전국에는 입주 보증금이 수 천만 원대부터 십억 원까지 다양한 실버타운이 있었다. 매달 지출하는 관리비(식비, 공공요금)도 몇 십만 원대부터 수백만 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살아온 환경이나 소득수준이 비슷한 사람들과 어울리면 편하잖아요. 우리 수준에서 매달 지출하는 비용이나 환경적인 면을 고려했을 때 여기가 가장 적합했어요." 월명 성모의 집에는 공직자나 교육업계에 종사했던 노인이 많다. 종교단체가 운영하는 시설인 만큼 신자의 비율이 높다. 특정 직업군 출신이나 신자가 많지만 파벌이 없고 개인 사생활이 철저히 보장되는 것이 '월명 성모의 집'의 장점이다. 사람이 모여 사는 곳이니까 정(情)이 오가지만 독특한 나눔 문화가 있다. 음식이나 과일을 나눠 먹을 때도 서로가 부담되지 않도록 선을 지킨다. 김 씨는 처음 이사 왔을 때 이웃이 가져다 준 과일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 보통 이웃끼리 과일을 나눌 때 한 아름씩 주고받았는데 옆 집 할머니는 김 씨 내외에게 사과 두 알을 건넸다. 김 씨와 아내 몫으로 한 알 씩 갖다 준 것이었다. 독거가정이 많은 실버타운에서는 이웃에게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한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김 씨 내외도 처음에는 생소하게 다가왔던 사과 두 알이 점차 세련된 나눔의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김 씨 내외는 대구 중구 중앙로 부근에서 태어나 평생 도시사람으로 살았다. 친구들은 도시를 벗어나 전원생활을 하기 힘들 거라 말했다. 매주 쇼핑하고 친구도 만나야 하는데 도시에서 떨어진 실버타운 생활이 가능하겠냐는 거다. 김 씨는 '월명 성모의 집'이 위치적인 장점이 크다고 말한다. 자동차로 대구까지 1시간 거리에 있기 때문에 부부는 필요할 때마다 외출해 백화점에 가거나 문화생활을 즐긴다.
김 씨는 실버타운 생활은 장점이 많지만 반드시 본인스스로 입주를 선택해야 후회가 없다고 했다. 실버타운의 주거형태를 파악하고 들어온 입주자들은 10년 이상 잘 살고 있지만 자식의 권유나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들어온 노인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퇴거했다. "요즘엔 노년을 의미 있게 보내는 추세잖아요. 주거 형태나 생활 방식이 다양한데 실버타운도 그런 선택지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독립적인 노인이 편하게 생활하기엔 실버타운이 적합해요."
◆실버타운 생활 18년
김 세실리아 씨(94)는 월명 성모의 집 내에서도 최장기 입주자 중 한 사람이다. 2001년 4월 실버타운에 들어와 햇수로 18년 째 이 곳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녀는 입주민 사이에서 건강하고 믿음직스러운 선배로 통한다. 꼿꼿한 허리에 흐트러짐이 없는 머리, 까랑까랑한 목소리로는 그녀의 나이를 짐작하기 힘들다. 효성중학교 교장선생님으로 은퇴한 그녀는 함께 살던 모친과 동생이 세상을 떠난 후에 실버타운 입주를 결심했다. "가족에게 기대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 생각합니다. 식사가 제공되니 여유롭게 동년배 친구들과 모여 사니까 편하고 좋습니다."

◆경북도내 실버타운
경상북도 내 요양원이 아닌 실버타운 형태를 갖춘 시설은 두 군데가 있다. 종교재단이 운영하는 '월명 성모의 집'과 국가와 복지법인이 운영하는 '칠곡실버타운'이 있다. 실버타운에 입주하면 기본적으로 주거시설(12~15평)과 하루 3식이 제공된다. 입주금액 및 매달 발생하는 생활비는 상이하다.
월명 성모의 집은 부부가 입주할 경우 7천만 원(1인일 경우 6천만 원)의 보증금(퇴거 시 반납)이 있고 매달 생활비는 120만원(1인의 경우 80만원)이다. 보증금과 별도로 입주비(보증금의 10%)가 있다. 생활비는 식비와 관리비 명목의 전기와 수도요금을 포함한다. 생활공간에는 붙박이장과 인덕션(조리기구)만 설치되어 있고 다른 가전제품들은 입주자가 필요한 대로 준비해야한다. 입주를 위해서는 건강진단서 제출이 필수이며 3년 주기로 입주 계약서를 갱신한다. 현재 78명이 입주해 있다. 평소에는 각자 집에서 생활하다가 여가활동을 하거나 식사 시간에는 식당으로 모인다. 외출할 때는 자가 차를 이용하거나 일주일에 각 2회씩 대형마트와 영화관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노인들이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식사시간은 엄수해야 한다. 사전 통지 없이 밥을 거르면 관리자가 집을 방문해 혹시나 건강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닌지 확인한다.
칠곡실버타운은 입주보증금 없이 매달 생활비 50만원이 발생한다. 별도의 추가 관리비는 없으며 기초생활수급자는 전액 무료이다. 입주 대상자는 65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요양원이 아닌 실버타운이기 때문에 건강검진결과 독립된 주거생활에 지장이 없어야 입주할 수 있다. 국가 복지시설로 운영되기 때문에 국가유공자나 기초생활수급자 입주 비율이 높다. 칠곡실버타운(총 70실)은 다인실, 부부실, 2인실로 구성되어 있으며 현재 53실이 차있다. 칠곡실버타운은 병원과 요양원과 근접해 응급상황에 실시간으로 대응할 수 있다. 편의시설로는 목욕실, 체력단련실, 산책로 등이 있으며 식사는 1일 3식, 국과 밥을 제외한 4찬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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