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입맛대로 교과서 바꾸려 집필자 도장까지 도용한 교육부

교육부가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내용을 불법 수정하고 합법적인 것처럼 서류까지 조작한 사실이 드러났다. 아직 판단력이 성숙하지 않은 어린 학생들의 역사관을 정권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착(固着)시키려는 음모나 다름없다. 과거 공산권 국가에서 자행됐고 현재 북한에서 반복되고 있는 대국민 세뇌(洗腦)를 위한 지식과 양심에 대한 도전이다.

교과서 수정은 처음부터 끝까지 불법과 속임수의 연속이었다. 교과서 수정을 위해 실무자들 간에 '민원 조작'의 지시와 이행이 있었고 한 교사는 여기에 뇌동(雷同)해 민원을 제기했다. 그 민원이란 "1948년 '대한민국 수립'을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바꿔달라"는 것이었다. 1919년 상하이 임시정부 수립이 '대한민국 건국'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사관(史觀)을 그대로 따른 '코드 민원'이다. 이것부터 용서할 수 없는 여론 조작이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수정이 '편찬기관'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꾸미기 위해 '협의록'을 위조하도록 지시했으며, 수정을 거부한 집필 책임자가 마치 수정 작업에 참여한 것처럼 꾸미고 그의 도장까지 무단으로 찍었다는 사실이다. 이렇게 불법 수정된 교과서는 전국 6천64개 초등학교, 43만3천721명의 학생이 교재로 쓰고 있다.

검찰은 실무자인 교육부 과장과 연구사를 불구속 기소하면서 수사를 마무리했다. 이런 엄청난 짓을 실무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했다는 얘기다. 이를 믿을 사람이 누가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은 당시 김상곤 교육부장관을 소환조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부실을 넘어 교육부의 조직적 범죄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꼬리 자르기'라고 할 수밖에 없다.

교과서는 건전한 시민 양성을 위한 기초 교재다. 이를 특정 정권의 입맛에 맞게 수정 편집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범죄다. 철저한 재수사가 필요하다. 안 되면 국회의 국정조사는 물론 특검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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