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보다 더 큰 입이 어디에 있으랴! 하늘로 향하면 욕심이 커질까 당초문 치맛단 아래 없는 듯 숨기고 세계를 품는다.
저물녘, 새벽에 풀어 놓았던 것을 불러드려 다시 품는다. 밤새 품은 세계가 소리가 되는
한밤중, 귀 기울이면 생황, 수공후* 소리 들리는 듯 들리지 않아 요사채 문고리는 몇 번이고 달그락거렸다.
새벽녘, 밤새 품어 숙성시킨 세계를 풀어 놓는다. 퍼져나가
하늘이 하늘 되고,
바람이 바람 되고,
새가 새 되어 날갯짓하는
하루.
귓전에 맴도는 소리 한 움큼 잡아 맛을 본다.
밤새 문밖이 자그락거리더니 저 종도 나와 같이 잠을 설쳤는지 덜 익어 떫다.
새벽을 밟아 달마산** 넘어가야 하는 걸음은 헉헉거리고
큰 입 아래 묻혀있는
작은 항아리 속에는 소리가 되지 못한 마음만 그득하다.
* 범종 몸체에 새겨진 비천상이 연주하는 악기
** 전남 해남군에 있는 산. 미황사가 있음
댓글 많은 뉴스
대통령실, 추미애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원칙적 공감"
지방 공항 사업 곳곳서 난관…다시 드리운 '탈원전' 그림자까지
김진태 발언 통제한 李대통령…국힘 "내편 얘기만 듣는 오만·독선"
李대통령 지지율 54.5%…'정치 혼란'에 1.5%p 하락
정동영 "'탈북민' 명칭변경 검토…어감 나빠 탈북민들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