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18년 역사 인연 잇는 한·일 교사들, 미래로 가는 교류가 될 만해

일본 히로시마교직원조합 소속 교사와 학생 15명이 지난 9~12일 대구에 들렀다. 이들은 대구에서 '평화의 소녀상'과 희움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경산 코발트 광산의 민간인 학살 현장, 경남 합천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도 찾아 일본 원폭 피해 한국인의 삶도 살폈다. 식민 지배의 피해 현장과 피해자를 찾아 과거 일제의 가해 역사를 직접 보고, 듣고, 느끼는 반성과 함께 한·일 양국의 평화로운 미래를 향한 다짐과 각오의 기회를 가진 셈이다.

사실 이들 일본인의 대구 방문은 우연이 아니다. 이에 앞서 대구와 히로시마가 지난 1997년 자매결연 뒤 2001년부터 두 지역 역사 교사들은 한·일 양국과 두 도시 역사를 고리로 교류 협정을 맺고 18년 인연을 이어왔다. 특히 2005년과 2012년에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구지부와 히로시마현 교직원조합이 함께 '조선통신사'와 '한국과 일본 그 사이의 역사'라는 역사 교재를 만들어 동시 출간했다. 전례 없던 일이었고, 처음 가는 동행이었다.

그런 만큼 이번 방문단의 대구·경북·경남 역사 현장 둘러보기 활동은 돋보인다. 게다가 한·일 경제 전쟁으로 갈등이 깊어지고 민간 차원의 교류마저 악화되는 때에 이뤄져 더욱 그렇다. 오랜 민간 교류의 필요성은 이럴 때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 두 나라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며 과거를 반성하고 서로 이해하고 과거를 딛고 일어섬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동력으로 삼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이는 민간 교류의 힘이 아닐 수 없다.

마침 한·일 경제 전쟁에서 일본 민간 차원에서의 한국과 연대 분위기도 없지 않다. 일본인의 자발적 정부 정책 비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양심적 일본 지식인의 반정부 목소리에 시민이 동참하고 한국의 민간단체와 함께 '반(反)아베' 분위기 조성에 나서는 일은 그런 방증일 수 있다. 이런 한·일 연대에는 이번에 경상도의 식민 지배 역사 현장을 찾아 뒷날을 위한 교류를 다짐한 방문단도 한몫할 것이다. 한국의 대(對)일본 민간 교류의 지속도 분명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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