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시간적 예술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이정호 국악작곡가

음악은 시간적 예술이다. 그림의 경우에는 그림을 감상하는 순간 느낄 수 있는 공간적, 시각적 예술인 반면에 음악은 시간의 진행에 따라 나타나는 예술, 즉 시간의 흐름이 있어야 음악을 연주 또는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적 예술이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음악에 또 다른 하나의 시간적 의미를 부여하고자 한다. 이미 들어봤던 음악을 들으면 처음에 그 음악을 듣던 당시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마법의 힘이 있다. 누구나 겪어 보았을 것이다. 일상 속에서 문득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인해 떠나는 시간여행을.

나는 지금 이병기 작사 이수인 작곡을 한국가곡 '별'을 해금을 위한 곡으로 편곡 중이다. 이 곡은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 유명한 한국가곡이기에 학창시절 음악시간에 모두가 한번쯤 들어보거나 노래를 불러보았을 것이다. 해금의 서정적인 선율과 함께 연주되는 '별'을 새롭게 만드는 중인데, 이 곡을 들으며 잠시 그때의 그 추억으로 빠져들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모두에게 그리운 음악이 될 것이다.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이병기 시/이수인 곡 '별'

나에게도 추억이 담긴 음악 몇몇 곡들이 있다. 그중 한 곡은 전통 정악합주 유초신지곡 중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 이 그러하다. 유초신지곡은 향피리가 중심이 되는 영산회상으로 평조회상이라고도 한다. 화려하고 웅장하며 유창한 멋이 돋보이는 곡인데, 이 곡을 대학교 1학년 입학하고 나서 한 달 뒤에 있을 신입생음악회를 준비하면서 한 달 동안 매일 모여 연습하였었다. 나는 작곡 전공이었지만 거문고를 연주할 수 있었던 까닭에 거문고 연주를 하기도 하였고, 타악 인원이 부족할 때는 좌고 연주를 하기도 하였다. 그때 연습이 끝나고 음악대학에서 학교 밖까지 걸어 나가는 봄의 밤거리, 그때 불었던 바람,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생각난다. 이제는 시간이 많이 흘러가 버려서 아련하게 그 추억이 남아있지만 '염불도드리, 타령, 군악'의 시원시원한 곡조가 들리면 그때가 선명하게 기억난다.

여러분의 추억이 담긴 음악은 어떠한 곡인가? 각자마다 사연과 스토리가 있는 음악이 있을 것이니 그중에 한 곡을 찾아 들어보며 늦여름의 하루를 보내시길 바란다. 이정호 국악작곡가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