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박순석의 동물병원 24시] 반려동물의 안락사를 상상해보신 적 있나요

반려인은 누구나 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하게된다. (사진출처:www.vets-now.com)
반려인은 누구나 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하게된다. (사진출처:www.vets-now.com)

동물을 입양하면서 이별을 상상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개와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5년이며 건강 관리를 잘 해 수명이 길어지더라도 동물의 수명은 인간에 비해 짧아 반려인은 누구나 동물과의 이별을 경험한다.

반려동물과의 이별은 가족을 잃은 만큼 슬프고 힘들고 우울한 경험이다. 일부는 펫로스 신드롬(Pet Loss Syndrom)을 겪기도 한다.

지난 15일 유림이(17)가 세상을 떠났다. 15년 동안 가족들의 기쁨이었던 유림이가 2년 전부터 신부전으로 고생하다 최근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었다. 검사 결과는 매우 비관적이었으며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보호자와 안락사를 상의했다.

힘겹게 가슴을 들썩이며 숨쉬는 유림이에게 마지막 검진이 이루어졌고 안락사가 최종 승인되었다. 안락사가 진행되는 동안 가족뿐만 아니라 의료진과 내원 고객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슬퍼했다.

반려동물 안락사는 치료나 생명 연장의 의미가 없는 동물에게 마취제를 투여하여 깊은 수면상태에 빠트린 후 혈관으로 안락사 약물을 투여하여 고통없이 죽게하는 인도주의적인 처방이다.(Picture Credit: John Moore/Getty Images)
반려동물 안락사는 치료나 생명 연장의 의미가 없는 동물에게 마취제를 투여하여 깊은 수면상태에 빠트린 후 혈관으로 안락사 약물을 투여하여 고통없이 죽게하는 인도주의적인 처방이다.(Picture Credit: John Moore/Getty Images)

반려동물의 죽음을 앞두고 가족들이 이별을 맞이하고 추모하는 방법들을 알아보자.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도 나이가 들면 쇠약해지고, 간·신장·심장의 기능부전, 종양질환 등으로 생명의 한계에 이르게 된다. 수의사는 더 이상의 치료 과정이 생명 연장에 도움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가족들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가정이나 병원에서 호스피스 관리를 받는다는 것은 일반적인 약물급여와 보살핌을 통해 동물의 고통을 덜고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과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한계가 온다. 약물로도 통증이 조절되지 않고 살아가는 자체가 고통스러운 상태에 이르게 되면 수의사는 동물을 대변해 안락사의 필요성을 알려준다.

안락사는 보호자가 판단할 수 없다. 안락사는 수의사가 동물윤리강령에 근거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여야 하며 반드시 의학적인 절차를 통해 시행하여야 한다.

반려동물의 안락사는 혈관이나 근육으로 마취제를 투여하여 동물을 깊은 수면상태에 들게 한 후 혈관에 약물을 투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안락사 약물은 빠른 시간 내에 심장을 멈추게 한다. 심장이 정지된 후에는 심장의 세동을 확인하고 심정지가 의학적으로 확연할 때 최종적인 사망을 선언한다.

대부분의 수의사는 안락사를 힘들어 한다. 꺼져가는 생명의 가녀린 심장소리를 들으며 죽음을 선언하는 과정이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기도 한다. 수의사에게 부여된 가혹한 사명이다.

미국에서 수의사가 집을 방문하여 안락사 시켜주는 장면.(Picture Credit: John Moore/Getty Images)
미국에서 수의사가 집을 방문하여 안락사 시켜주는 장면.(Picture Credit: John Moore/Getty Images)

최근에는 반려동물 안락사를 가정에서 받기를 희망하는 경우도 있다. 미국에서는 수의사가 집을 방문하여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동물을 안락사 시켜주는 의료서비스가 보편화되어 있다. 집에서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도록 배려하는 취지이다.

안락사를 결정하였다면 미리 장례 절차도 알아두어야 한다. 현행법 상 동물 사체는 매립하거나 유기하여서는 안 되며 반려동물 장례식장에서 화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례를 원치 않고 비용적인 부담을 줄이길 원한다면 동물병원에 사체를 위탁할 수 있다. 동물병원에 위탁된 사체는 의료법상 의료폐기물로 분류되어 해당 지역의 의료폐기물 위탁처리업체에서 일괄 소각한다. 수의사회는 인도적인 취지에서 위탁처리업체에게 동물사체를 일반 의료폐기물과 분리하여 소각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장례를 마치면 납골당이나 동물 추모공원을 이용하기도 한다. 생전에 거닐었던 산책로나 의미있는 공간에 나만이 볼 수 있는 작은 표식을 남겨두는 것도 가능하다.

슬픔은 잊으려 할수록 깊어진다고 한다. 미안하고 가슴 아팠던 기억보다는 함께 했던 소중하고 고마운 순간들을 되새기려 노력하자. 슬픔이 고마운 추억으로 승화될 때쯤이면 내 마음에 수호천사가 자리하게 될 것이다.

반려동물 추모센터(납골당)(사진이미지: www.www.mypatrasche.co.kr)
반려동물 추모센터(납골당)(사진이미지: www.www.mypatrasche.co.kr)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박순석 탑스동물메디컬센터 진료원장

SBS TV동물농장 수의사로 잘 알려진 박순석 원장은 개와 고양이,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한 30년간의 임상 경험을 토대로 올바른 동물 의학 정보를 제공하고 바람직한 반려동물 문화를 제시하고자 '동물병원 24시'를 연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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