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 누군지 아시나요? 대구의 골목, 공공시설 간판, 공사장 펜스 같은 데서 이따금 볼 수 있는 캐릭터입니다.


이름은 '패션이'. 대구시 캐릭터입니다. 2000년에 지정돼 올해 성인, 그러니까 나이가 20세가 됐는데, 여전히 아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섬유패션도시 대구시를 상징하는 이름 및 캐릭터 디자인이라고 하는데, 그 수식만큼 이 캐릭터도 시민들의 고개를 갸우뚱 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지난해 대구시가 채택한 시민제안 가운데 이 캐릭터의 교체 건도 있었습니다.

그러는 즈음에 대구시는 '수달' 및 '컬러풀프렌즈' 캐릭터를 내놨습니다. 수달은 대구 도심 신천과 금호강 등의 하천에 사는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동물입니다. 컬러풀프렌즈의 컬러풀은 대구시 브랜드 슬로건 '컬러풀 대구'의 그 컬러풀입니다. 혹시 둘은 새 대구 대표 캐릭터 후보일까요?


아무튼 패션이는 20대가 되자마자 죽음을 맞을 처지가 됐습니다. 잔인합니다. 물론 길거리 곳곳의 흔적으로는 시민들과 계속 조우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곁들이자면, 얘들도 모르실 겁니다. '함박이'와 '생글이'라고 합니다.

▶비슷한 사례를 대구 바로 동쪽 경산에 있는 대구권 대학인 영남대학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푸르마'입니다.


영남대는 대학 상징으로 '천마'(天馬)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남대 홈페이지에 가면 천마에 대한 설명은 있는데, 천마의 '귀요미' 버전인 셈인 푸르마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푸르마는 영남대 공공자전거 브랜드로 유명했습니다. 영남대는 참 넓습니다. 전국에서도 손에 꼽힙니다. 그래서 교내에 순환버스가 다닐 정도인데, 푸르마 자전거도 학생들의 이동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그랬던 푸르마 자전거는 지난해 6월 운영이 종료됐습니다.
수년 전 까지만 해도 푸르마 캐릭터는 학생들의 과제 표지에도 쓰이는 등 '엄근진'(엄격, 근엄, 진지)한 천마와 비교해 영남대 학생들의 대학생활에 잘 녹아들었던듯 합니다만, 이후 학생들의 기억 속에서 점점 잊혀졌습니다. 이제 신입생들은 아예 푸르마가 뭔지 모릅니다.

'뽀로로' '상어가족' 등 유아 콘텐츠의 인기는 물론 카카오톡 등 성인들이 메신저에서 이모티콘을 애용하는 모습만 봐도 요즘은 캐릭터 시대입니다. '미키마우스' '헬로키티' '심슨가족' '스폰지밥' '미피' '무민' 같은 오래된 캐릭터들은 웬만한 대기업 이상의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잘 만든 캐릭터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그 자체로 사람들에게 행복도 선사합니다. 스무살이 되도록 대구 시민들의 스타가 되지 못한 패션이는, 대학 티셔츠나 '과잠바'가 유행할 때 등짝에 새겨지지 못하는 등 영남대 학생들의 캠퍼스 라이프에서 사라져버린 푸르마는, 그래서 아쉽습니다.
사실 저희도 그런 게 있긴 합니다. '매일누리'라는 캐릭터입니다. 모르는 신문사 직원들이 많을 것입니다. 이름이나 디자인이나 좀 촌스럽긴 하지만, 레트로(복고)가 각광 받는 요즘 나름 '먹어줄' 것도 같은데, 아무튼 지금은 신문사 건물 지하 1층 신문전시관 입구에 조용히 잠자고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골목폰트연구소(www.facebook.com/golmokfont)의 도움을 얻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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