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2019 대구경북상생협력 원년, 우리가 나아갈 길은 우리가 가야할 길은? [3]30년 장기발전계획 세우다, 시카고 대도시권

대도시권마다 설정된 '도시계획기구' 지방정부 파편화 막고 유기적 도시발전계획 수립
시카고대도시권 30년 장기발전계획 'ON TO 2050', 284개 지자체 협력의 틀

시카고의 도심 속 공원, 밀레니엄 파크에 있는 조형물
시카고의 도심 속 공원, 밀레니엄 파크에 있는 조형물 '클라우드 게이트'. 2006년 설치가 완료돼 시카고의 새로운 상징 이미지가 됐다. 김윤기 기자.

미국 시카고 대도시권은 인구 850만명이 거주하는 미국 3대 대도시권이다. 시카고시(市)를 중심으로 한 7개 카운티는 '씨맵'(CMAP·Chicago Metropolitan Agency for Planning)이라 불리는 시카고대도시권계획기구를을 중심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지방정부 파편화 보완 장치

지난 6월 19일 열린 CMAP 이사회. 제럴드 베넷 의장(왼쪽 두 번째)와 조 사보(왼쪽 세 번째) 집행위원장이 예산안 확정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윤기 기자.
지난 6월 19일 열린 CMAP 이사회. 제럴드 베넷 의장(왼쪽 두 번째)와 조 사보(왼쪽 세 번째) 집행위원장이 예산안 확정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김윤기 기자.

2005년 설립된 CMAP은 시카고 대도시권의 지역 장기발전계획 수립을 총괄한다.

CMAP 로고
CMAP 로고

CMAP은 극도로 파편화된 대도시권 지방정부들이 효율적으로 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시계획기구인 MPO(Metropolitan Planning Organization)가운데 하나다.

미국은 1962년부터 지역 단위의 종합 교통계획 수립을 위해 인구 5만명 이상 도시화지역에 MPO 설치를 의무화했다. 현재 미국 전역에 408개의 MPO가 있다. MPO의 구조와 기능은 지역마다 차이를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장기 교통계획 수립 및 수정, 교통향상 프로그램 개발 등을 맡는다.

교통분야에만 역할이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상·하수도, 교육, 대기관리 등 광역적 접근이 필요한 각종 도시 서비스들을 수립하기도 하며 대도시 지역에서 효과적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포럼 역할을 맡기도 한다. 각종 정책의 대안을 평가하고 최적안을 도출해 내는 역할도 해낸다.

이범수 일리노이주립대(UIUC)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미국 대도시권의 인구 분포와 지방 정부 형태가 필연적으로 협력기구인 MPO의 등장을 불러왔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예를 들어 LA 대도시권은 작은 교외 도시 150여 곳이 LA시 주변에 흩어져 있고, 애틀랜타 대도시권은 인구 450만 정도지만 애틀랜타시 인구는 겨우 50만명 정도에 불과하다"며 "미국 지방정부 구조는 매우 파편화돼 있어 권역 내 지방정부, 유관기관 대표들이 MPO 이사회를 구성하고 연방 정부와 주 정부 관련 예산을 MPO를 통해 배분하며 작동한다"고 했다.

◆기능통합과 빅데이터로 만드는 도시계획

2005년 출범한 CMAP은 2013년 미국도시계획협회(APA)의 도시계획기구 우수도시계획상을 수상하는 등 2011년부터 관련 기관 주요 수상만 7회에 이를 정도로 미국에서도 널리 성과를 인정받는 MPO다. 지난 6월 퇴임한 조 사보 전 CMAP 집행위원장은 "CMAP은 시카고 대도시권에서 오랫동안 꿈꿔왔던 고도의 기능을 갖춘 조직"이라며 "연방정부에서 MPO 개혁 방향에 대해 논할 때도 CMAP은 매번 모범사례로 거론되곤 한다"고 소개했다.

CMAP의 장점 가운데 하나는 교통관련 계획뿐 아니라 토지이용계획까지 수립한다는 점이다. 시카고 대도시권의 MPO였던 시카고지역교통연구기관(CATS), 토지이용계획을 관할하던 북일리노이기획위원회(NIPC)가 합병해 탄생한 것이 CMAP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통합된 기능으로 도시계획을 총괄하는 CMAP의 존재는 시카고 대도시권의 284개 지방자치단체들이 하나의 유기적 흐름 안에서 도시계획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아울러 CMAP은 이를 위해 각종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지역 발전 방향을 설정한다. 인구, 주택, 고용, 교통, 상업 등 광범위한 주제에 걸쳐 약 200개 항목에 대한 자료 수집이 주기적으로 이뤄진다. 수집한 빅데이터는 77개 지역 단위로 나눠 분석한 '스냅샷 리포트'라는 보고서로 가공돼 대중에 공개된다.

최근 CMAP이 수집한 '내 하루 이동'(My Daily Travel)이라고 부르는 교통수요 및 생활권 분석자료는 CMAP이 얼마나 열성적으로 데이터를 수집하는지 보여준다. 약 10년 단위로 이뤄지는 이 조사는 시카고 대도시권 주민이 아침에 일어나 다시 집으로 돌아오기까지 어떤 교통수단으로 어디서 어디까지 움직였는지에 대한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지난해 8월부터 올 4월까지 이뤄진 조사에서 CMAP은 1만2천가구의 정확한 이동 패턴을 조사했다.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1인당 50달러를 주거나 해당 지역 학교에 기부할 수 있도록 했다. 조사한 정보는 대중교통 보조금 정책 수립은 물론 도시장기발전계획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전망이다.

시카고 장기발전계획을 담은
시카고 장기발전계획을 담은 'ON TO 2050'에 삽입된 가상 이미지

◆2050년까지 장기발전계획

이렇게 수집된 각종 데이터는 시카고 대도시권의 장기발전계획인 'GO TO 2040'(2040년으로)'과 'ON TO 2050'(2050년까지) 수립의 기초가 됐다. 각각 2010년과 지난해 채택된 장기 도시발전계획으로 GO TO 2040에서 제시한 도시발전 계획을 구체화하고 다듬은 것이 ON TO 2050이다.

ON TO 2050은 포용적 성장, 회복력 강화, 투자 우선순위 설정 등을 3대 원칙으로 삼고 시카고 대도시권이 맞이할 미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거시경제적, 기술적, 환경적 트렌드를 검토한 결과다. 예를 들어 포용적 성장의 경우 지역 데이터 분석을 통해 경기침체 이후 회복하지 못한 지역에 투자와 기술지원을 우선 할당하는 등 투자를 촉진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이다. 각 지자체들이 추진하는 개발사업 등이 CMAP의 도시계획에 부합하는지 평가하고 그에 따라 예산을 배분함으로써 CMAP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물론이다.

대구경북연구원 류형철 박사는 "인구 200만명대의 덴버 대도시권이 시·군 단위 지자체 협력사례를 보여준다면, 시카고대도시권은 인구 1천만명 가까운 광역지자체 단위에서 효과적 협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대구시와 경북도의 상생협력에 참고할 사례"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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