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반친소] 주인 따라다니는 물고기가 있다고? 워터독 별명 가진 '플라워 혼'

워터독 별명 가진 '플라워 혼', 금붕어와 시클리드의 교배종

이름 : 새초롬 / 어종 : 플라워 혼 / 나이 : 3살 / 성별 : 암컷 / 취미 : 아빠 훔쳐보기

뿔처럼 우뚝 솟은 혹이 매력적인
뿔처럼 우뚝 솟은 혹이 매력적인 '플라워 혼' 초롬이의 모습. 독자 김황조 씨 제공

머리칼이 깎여 나가는 경쾌한 가위질에 맞춰 형형색색 반려어들이 유유히 헤엄 친다. 머리를 맡긴 채 의자에 기대 있던 손님들은 그 평화로운 유영에 홀려 슬쩍슬쩍 뒤를 돌아본다. 파마약과 샴푸 냄새로 가득해야 할 미용실에 어찌 된 일인지 물 비린내가 슬쩍 풍겨온다. 구미 봉곡동에서 미용실을 운영 중인 김황조 씨는 관상어, 아니 반려어와 사랑에 빠졌다. 물고기는 쌍방향 교감이 어렵기 때문에 보통은 '관상어'로 불리지만 황조 씨가 키우는 어종 플라워 혼은 인간과 교감을 나눌 수 있기에 '반려어'로 칭해지고 있다. "머리 잘 자른다는 소문 듣고 찾아왔다가, 이 녀석 때문에 단골 됐어요" 황조 씨 칭찬인지, 반려어 초롬이 칭찬인지, 아리송한 손님의 한 마디에 미용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어항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초롬이와 교감하는 황조 씨. 독자 김황조 씨 제공
어항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초롬이와 교감하는 황조 씨. 독자 김황조 씨 제공

◆ 교감하는 물고기 '플라워 혼'

몇년 전 한 예능프로그램에 플라워 혼을 키우는 연예인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어항에 손을 집어 넣으면 몸을 흔들며 다가와 큰 혹을 비벼되는 TV 속 플라워 혼 모습은 일반인 뿐만 아니라 열대어 마니아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미 관상어 몇 마리를 키우고 있었던 황조 씨도 TV 속 플라워 혼에 온통 마음을 뺏겼다. 미용실을 수족관으로 만들 셈이냐며 결사반대를 외치던 아내의 만류에도 황조 씨는 초롬이, 그러니까 플라워 혼 한 마리를 입양했다.

플라워 혼은 금붕어 종류와 대형 어종인 남미 시클리드종을 교배해 만든 개량종 물고기로 여러 종류의 물고기들을 수차례 교배한 끝에 지금과 같이 머리 혹이 두드러진 형태를 가지게 됐다. 손을 수조 속으로 넣으면 마치 강아지가 사람을 따르듯이 다가와 '워터독(water dog)', '물강아지' 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사람을 따르는 것처럼 보이는 이 행동은 사실 머리를 들이대며 공격하고자 돌진하는 행동이라고 한다. 반가움의 표시가 아닌 싸움을 거는 행동인 것이다.

"바라보는 것 만으로 위안이 될 때가 있다". 손님이 한적해졌다 싶을 때면 황조 씨는 턱을 괴고 멍하니 수조를 본다. 얼굴을 수조에 갖다대면 물 속에 들어와 있는 것도 같다. 물을 보며 멍하게 있는 상태를 말하는 "물멍"은 물고기를 키우는 이들이 즐겨 쓰는 신조어다. 쉬지 않고 계속 움직이는 초롬이의 아가미를 '물멍' 하고 있노라면 머리속의 잡스러운 생각들이 사라진다. 실제 물고기를 보는 것 만으로도 스트레스 완화와 정서적 안정에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외에서 많이 입증됐다.

밥 때만 되면 적극적으로 변하는 초롬이와 사료를 주고 있는 황조 씨. 독자 김황조 씨 제공
밥 때만 되면 적극적으로 변하는 초롬이와 사료를 주고 있는 황조 씨. 독자 김황조 씨 제공

◆ 성격도 생김새도 제각각

뿔처럼 우뚝 솟은 혹, 동그랗게 부릅뜬 눈, 무심한 듯 툭 튀어나온 입.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다르게 초롬이는 소심,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다. 플라워 혼 수명이 10년쯤이라고 하니 어생 3년이면 황조 씨와 평생의 삼분의 일은 함께한 셈이다. 하지만 초롬이는 아직도 황조 씨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 똥을 치우기 위해 뜰채 몇 번 휘저으면 이내 토라져 구석으로 처박히고, 낯선 사람이라도 올라치면 수조 구석으로 쏙 들어가 입만 뻥긋된다. 그 덕분(?)인지 공격성이 강하기로 소문난 플라워혼은 대부분 단독 사육이 기본인데, 초롬이는 여러 물고기와 합사 중이다.

많은 계열과 종류를 가진 플라워혼은 그만큼 성격도 다양하다. 물지 않을까 긴장해야 할 만큼 사나운 녀석이 있는 반면, 어항에 손만 갖다 대도 쫄쫄 따라오는 애교 많은 녀석도 있다. 황조 씨가 활동 중이라는 반려어 정보 공유 카페에는 성격도 생김새도 제각각인 플라워 혼이 다양하다. '우리 애는 저만 보면 졸졸 따라와요', '저는 오늘도 하이파이브 했습니다' 회원들은 자신의 반려어 자랑에 여념이 없다. 그런가 하면 유어에서 성어로 커가며 성격이 변했다는 게시글도 종종 올라온다. 플라워 혼은 워낙 예민한 종이기 때문에 물 온도나 먹이, 조명 등 환경에 따라 성격이 변할 수 있다.

소심쟁이 초롬이는 하루에 3번 정도 적극적으로 변한다. 바로 밥 먹는 시간. 곁눈질로 훔쳐보며 어항 외곽을 슬금슬금 돌던 초롬이는 밥 먹을 때가 되면 황조 씨 눈을 똑바로 쳐다본다. "평소 땐 휑하더니 밥 먹을 때만 이러네" 밀고 당기는 팜므파탈 초롬이에게 황조 씨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3~4일에 한 번씩 주는 특식 짱구 벌레가 배식되는 날엔 살랑살랑 꼬리까지 흔들며 교감 한다. 이런 초롬이의 습성(?)을 잘 아는 단골손님들은 밥시간만 되면 서로 밥을 주겠다고 난리다. 이름 그대로 새~초롬한 녀석과 눈맞춤 이라도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기 때문이다.

무던한 성격 덕에 다른 물고기와 합사가 가능한 초롬이. 독자 김황조 씨 제공
무던한 성격 덕에 다른 물고기와 합사가 가능한 초롬이. 독자 김황조 씨 제공

◆꽤 번거롭고 신경 쓸 일 투성

놀아달라고 조르지 않고 털도 날리지 않는다. 물에 풀어 놓고 가끔 먹이만 잘 주면 알아서 잘 큰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러한 이유로 물고기 키우기에 쉽게 발을 들인다. 하지만 봉지에 담아온 물고기를 조그만 어항에 넣고 기뻐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물고기는 한 마리씩 '용궁(금붕어가 죽으면 가는 곳을 일컫는 용어)'을 간다. 산소가 부족한 것일까. 사료가 맞지 않는 것일까.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물고기들은 하루가 다르게 줄어든다.

"이 녀석 키우기가 얼마나 번거로운데, 물고기 키우기 쉽다는 말. 안 키워봐서 그래" 황조 씨는 출근 후 옷을 갈아입기도 전에 초롬이 밥을 주기 바쁘다. 그 삶은 꽤 번거롭고, 신경 쓸 일 투성이다. 하루에 2~5번 먹이를 줘야 하고, 매주 어항을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겼다. 심지어 강아지나 고양이는 배가 고프면 밥달라고 보채기라도 하고 아프면 아픈 티라도 나지만 물고기는 그렇지 않다.

주인들은 매일 눈으로 반려어의 건강, 발색, 혹 상태 등을 확인하며 밀도 있는 관심을 쏟는다.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배설물이나, 먹이 찌꺼기를 제때 제거하고 적당한 주기의 물갈이하는 일도 필수다. 반려어가 놀라지는 않을까 수조 앞에선 사뿐사뿐 걷고, 조명을 켤 때도 반려어 눈치 살피기 바쁘다. "(반려어를) 키우는데 이것저것 손 가는게 많다. 하지만 초롬이가 주는 기쁨에 비한다면 이 정도의 불편은 아무것도 아니다"

밥 시간이 되면 눈 맞춤도 흔쾌히 허락하는 초롬이. 독자 김황조 씨 제공
밥 시간이 되면 눈 맞춤도 흔쾌히 허락하는 초롬이. 독자 김황조 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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