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책없이 쏟아지는 쓰레기]<5> 줄이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 개인의 노력만으로 역부족

육아휴직 중인 직장인 A(34·경북 경산) 씨는 매달 꽃과 커피 원두를 정기적으로 배달받는다. 치열한 육아생활 중에 꽃을 보며 좋아하는 커피를 마시는 것이 큰 위로가 된다. 이 밖에도 A씨는 온라인쇼핑몰에 아기 분유 등 7가지 품목을 정기 신청해 매주 배송받고 있다.

소비활동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스마트폰 하나로 손쉽게 물건을 사고, 음식을 배달하는 것을 넘어 개인의 기호에 맞는 특화 서비스도 집 안에서 정기적으로 누릴 수 있는 시대다.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017년 91조1천억원에서 지난해 111조8천939억원으로 20% 이상 성장했다.

급성장하는 온라인 시장 이면에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환경보호, 쓰레기 줄이기 등에 대한 필요성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쓰레기 줄이기는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쉽지 않은 일이 됐다.

29일 대구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작업자가 스티로폼을 분리 수거를 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1인 가구 및 젊은층 거주자가 많다보니 특히 택배 및 배달 서비스로 인한 쓰레기 배출량이 많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29일 대구 시내 한 오피스텔에서 작업자가 스티로폼을 분리 수거를 하고 있다. 오피스텔은 1인 가구 및 젊은층 거주자가 많다보니 특히 택배 및 배달 서비스로 인한 쓰레기 배출량이 많다. 우태욱 기자 woo@imaeil.com

◆온라인 소비가 만든 엄청난 쓰레기

온라인 쇼핑이 늘어나면서 택배 이용이 급증하고 있다. 1인당 택배이용 건수 역시 2000년 경제활동인구 1인당 5개에 불과하던 것이 2010년에는 48.8개, 지난해는 92.2개에 달할 만큼 엄청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쓰레기 배출도 덩달아 늘고 있다는 것. 지난해 대구 중구에서는 배송 박스, 종이팩 같은 종이류 배출량이 4만2천770㎏으로 전년 대비 60.1%, 일회용 용기 등이 포함된 플라스틱류(PET·PE·PP)는 67.2%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금속캔·고철 재활용 폐기물이 각각 2.5%, 2.9% 증가하며 제자리걸음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는 온라인 배송과 스마트폰을 통한 각종 음식 배달 이용이 보편화하면서 포장재·식품용기 폐기물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중구는 이런 서비스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1인 가구의 비중이 48.6%로 대구 8개 구·군 가운데 가장 높다.

중국의 수입 규제를 기점으로 쓰레기 대란이 불거지자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개인용 컵 사용 등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말자는 운동이 번졌지만, 개인 차원에서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해마다 증가하는 쓰레기 무단투기

편안함을 쫓아 택배·배달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배출되면서 전국 곳곳에 불법 쓰레기 매립이 횡행하고 있고,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는 현실이다.

지난 3일 오후 대구 북구의 한 주택 밀집지역. 골목 한편에 음식물이 그대로 든 포장용기가 하얀색 비닐봉지에 싸여 버려져 있었다. 곳곳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쓰레기더미들이 눈에 띄었다. 거리에 놓인 검은색 비닐봉지를 풀자 페트병과 알루미늄캔 등 재활용품은 물론, 머리카락 뭉치, 국물이 남은 떡볶이 용기, 휴지와 종이 등이 와르르 쏟아졌다.

환경미화원 B씨는 포장용기를 가리키며 "최근 3년간 비닐과 양념이 덕지덕지 붙은 재활용이 되지 않는 쓰레기가 많아졌다"며 "특히 건물주 없이 세입자들만 사는 건물 근처에는 쓰레기가 더 마구잡이로 나온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날 만난 1인 가구 대학생 C(23) 씨는 "재활용 가능 품목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자취방 인근에 분리수거장이 없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 것 같다" 며 "어쩔 수 없이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고 있다"고 했다. D(26) 씨는 "재활용품 배출이 요일마다 다르고 복잡해 현실적으로 분리수거를 실천하기 힘들다"며 "쓰레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이 주는 편리함이 커 택배 거래를 줄이기도 힘들다"고 했다.

쓰레기 발생이 증가하면서 무단 투기도 늘고 있다. 대구 8개 구·군 쓰레기 무단 투기 단속 건수는 2016년 1만2천521건, 2017년 1만8천762건, 지난해 2만1천110건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과태료 액수와 계도건수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없는 실정이다.

대구의 한 구청 재활용부서 관계자는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가는 보통 그물망에 재활용품을 다 같이 모아 혼합배출하는데 시민들이 재활용품 선별이 가능한 재질과 품목을 정확히 구분해 쓰레기를 배출하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는 것 같다"며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홍보와 교육 행사도 꾸준히 열지만 한 번에 바로잡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유통·소비자 모두 고민해야

전문가들은 개인이 아무리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제한하려 해도 현재 소비 트랜드 속에서 어려움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소비자가 쓰레기를 줄이려고 해도 시장에서 대안이 없다 보니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

특히 제품개발·생산·유통 차원에서 플라스틱, 포장지를 사용하지 않게 바꿔나갈 수 있는 방법과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친환경 경영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신세계가 좋은 사례다. 지난 설 명절부터 나무와 천 포장을 모두 없애고 종이박스 포장을 늘리고, 재활용 불가능한 젤리 타입 냉매재 대신 물과 같은 성분의 냉매재로 바꾼 것. 또 SSG닷컴의 새백배송은 포장 부자재를 사용하지 않고 회수·재활용하는 보냉가방을 이용해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생산·유통·소비 전 과정에서 플라스틱·포장재가 아니라도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 모델 마련이 시급하다"며 "소비자 운동이 조직화 돼 생산자와 유통업체에 필요성을 주장하고, 정부 규제와 정책으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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