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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의 시사로 읽는 한자] 여리박빙(如履薄氷): 살얼음 밟듯 두려워하고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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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이춘희 계명대 한문교육과 교수

살얼음(薄氷)을 밟는(履) 듯이(如) 하라는 여리박빙은 고대 중국의 민요를 모아 놓은 시집인 '시경'(詩經)의 소민(小旻) 편에 있는 말이다. 주희(朱熹)는 소민 편은 임금이 사특한 책략에 유혹되어 바른 정치를 펴지 못함을 풍자하여 지은 시라고 했다.

소민 편의 마지막 구절은 "감히 맨손으로 호랑이를 잡을 수 없고(不敢暴虎), 걸어서 황하를 건널 수 없는데(不敢憑河) 사람들은 하나만 알고(人知其一) 나머지를 알지 못하는구나(莫知其他). 두려워하며 조심하기를(戰戰兢兢) 마치 깊은 못에 임하듯 하며(如臨深淵) 살얼음을 밟고 가듯 해야 한다(如履薄氷)"고 적고 있다. 위정자들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맨손으로 잡는 것을 폭(暴), 맨발로 강을 건너는 것을 빙(憑)이라 한다. 사람들은 눈앞의 위험은 보지만 나라가 패망의 늪으로 빠지는(無淪胥以敗) 위기는 알지 못한다. 위정자는 정치가 자칫 깊은 못에 빠질까, 얇은 얼음판이 깨질까 늘 두려워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경고이다. 여리박빙은 전전긍긍과 함께 통치자가 늘 경계해야 하는 말로 자주 쓰였다.

퇴계 선생은 선조 임금에게 행한 경연(經筵경서를 강론)에서 "옛 성현은 조심하고 삼가기를 살얼음 밟듯이 하고, 잠시라도 태만하고 소홀히 하여 나라가 구덩이에 떨어지는 것을 근심했다"고 일렀다. 1873년 2월의 고종의 경연은 소민 편의 '여리박빙'을 읽고 "사람들이 맨손으로 범을 잡고 맨몸으로 황하를 건너는 근심은 알기 쉬우나 나라 잃고 집안 망치는 기미는 알기 어려우니, 어찌 깊은 못의 얇은 얼음 밟듯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경계를 삼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기록하고 있다.

지금은 여리박빙에서 '박빙'만을 취해 근소한 차이를 뜻하는 말로 많이 쓰인다. 요즘 같은 내외의 국가 위기 상황에서 위정자들은 모인 군중 숫자의 박빙을 논할 것이 아니라, 여리박빙의 심정으로 나라의 장래를 걱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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