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미탁으로 경북 영덕군 창수면과 영해면 일대가 물난리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용댐 묘곡지의 방류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주민들과 영덕군은 농어촌공사가 제대로 비상 방류만 했더라도 창수면 인량리·영해면의 태풍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주민들은 농어촌공사가 '저수율'에 집착하는 '기관 이기주의'에 빠져 주민 안전은 안중에 없었다며 분노하고 있다.
영해면 서북쪽 묘곡지는 담수량 최대 844만t의 영덕·울진 최대 저수지이다. 묘곡지 아래에 사는 영해면 원구리 주민들은 제17호 태풍 타파가 지나고 제18호 태풍 미탁의 북상이 예보되자 농어촌공사에 비상 방류를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영덕군도 지난 1일 공문을 보내 50% 이하로의 비상 방류를 요청했다.
이에 농어촌공사는 묘곡지 비상방류를 하긴 했지만 저수율을 88%선까지 낮추는 데 그쳤다. 당시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영덕에는 폭우가 거세게 몰아치기 시작하던 때였고, 우려대로 지난 2일 자정 무렵이 되자 묘곡지는 다시 흘러 넘쳤다.
원구리 남정태(54) 이장은 "묘곡지가 폭우로 다시 채워지기 전 마을 주민들을 모두 대피시켰다"며 "아마 이번 '찔끔' 비상 방류도 하지 않았더라면 묘곡지가 넘쳐 원구리 100가구는 모두 수장됐을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남 이장은 "농사철이 다 지났다. 당장 저수율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며 "지난해 콩레이와 올 들어 연이은 태풍에 묘곡지의 저수율을 지속적으로 80% 수준으로 낮춰줄 것을 농어촌공사에 계속 요구했지만 태풍 때 잠시 방류하고는 또 다시 만수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영덕울진지사는 "농업용댐의 기능상 농업용수 확보가 우선이다. 다른 다목적댐과 구조가 달라 한꺼번에 많은 양을 방류할 수도 없고 방류하더라도 하천 범람 등도 고려해야 한다"며 "주민들의 요구대로 미리 80% 이하로 수위를 낮췄는데 태풍이 비껴가거나 다음 농사철까지 가뭄이 들면 어떻게 하느냐"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김진기 전 경북도의원은 "예전 480만t 규모였던 것을 태풍 루사 당시 저수지 붕괴 조짐 이후 보강해 두 배로 규모를 키웠다"며 "저수지 확대 전에도 농사를 다 지었고, 농사면적도 계속 줄고 있다. 농경지마다 어느 정도 규모만 되면 관정이 다 있어 물 걱정도 크게 없다"고 했다.
또 "묘곡지 뒷편의 골이 깊어 지속적으로 산의 물이 묘곡지로 유입된다"며 "방류를 해 저수율이 70% 이하가 되더라도 묘곡지가 바닥을 드러낼 일도 없고 농어촌공사가 걱정하는 농업용수 난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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