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산업체 지역 유치 성공하면
인구 유입'복지 여건 개선 뒤따라
생기 잃어가는 기존 기업 경쟁력
획기적으로 높이는 투자도 필요
대구경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자료 '대구경북 지역경제 성장요인'(연구2019-12)에는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있었다. 2013~2017년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2018년의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 증가 폭을 기준으로 그림을 그려보면 전국 16개 광역시 및 지방자치단체는 확연하게 두 지역으로 갈라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지역(도약 지역이라 하자)은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작년 대비 경제성장률 증가 폭이 모두 평균치보다 높은 광역시 지방자치단체로 되어 있고 다른 지역(낙후 지역)은 연평균 경제성장률과 2018년 경제성장률 증가 폭이 모두 평균치에 미달하는 광역시 지자체다. 도약 지역에 해당하는 광역시 및 지자체는 6곳으로 서울과 경기도, 인천, 충청남·북도, 제주도다. 나머지 광역시 지자체는 대구경북을 포함하여 모두 낙후 지역에 속한다. 특수성을 지닌 서울과 제주를 빼고 보면 도약 지역은 한반도의 군산-세종시-충주-원주-고성을 잇는 직선(군산-고성 라인)을 중심으로 왼편 위, 낙후 지역은 오른쪽 아래로 나누어진다. 굳이 국립공원으로 나누자면 치악산-월악산-속리산-계룡산 국립공원의 이북 서쪽에 도약 그룹이 있고, 그 이남 동쪽에 낙후 그룹이 소재하고 있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치악-월악-속리-계룡산 국립공원을 경제 마지노선으로 하여 한국의 경제지형은 발전하는 도약 지역과 낙후 지역으로 구분된다는 말이다.
군산-고성 라인을 경계로 치악-월악-속리-계룡산 국립공원의 안쪽 지역이 바깥 지역보다 경제적으로 빠르게 발전하는 이유는 수도권이 발전해온 이유와 꼭 같다. 지리적인 접근성과 교통 통신망과 의료문화 인프라와 인적자원과 금융자원이 모두 그 지역으로 집적되면서 규모의 경제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수도권 과밀과 집중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강력하고도 꾸준한 수도권 투자억제 정책을 펼쳐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파주, 평택, 천안, 화성, 청주, 충주 등 비교적 수도권과 가까운 지역에 대기업의 첨단 산업 투자가 집중되면서 군산-고성 라인 이북과 이남의 경제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었던 것이다.
지난 1970년대와 80년대 대기업 투자가 지방과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면서 지역경제 균형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대기업의 투자가 군산-고성 라인 이북에 집중됨으로써 지역불균형 성장의 근원이 되는 셈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여 년 동안 대기업의 산업 투자가 수도권 중심으로 일어나도록 정부가 허용한 것은 크나큰 실수였다고 생각된다. 지역균형발전의 관점에서 경기·인천 지역에 집중되었던 첨단 산업 투자를 좀 더 넓게 분산했더라면 지역경제의 심각한 단층화는 막을 수 있었다.
정부가 2019년 1월에 발표한 4차 지역균형발전 5개년 계획은 그런 점에서 고무적이기는 하다. 2022년까지 총 175조원를 부어 지역주도형 자립성장기반을 만든다고 되어 있다. 51조원을 교육 문화 복지 여건 개선에 투입하고 66조원을 인구 유인책으로 지원하며 56조원을 지역 산업 활력 회복을 위해 지원한다고 되어 있다. 특히 혁신도시 특화발전계획을 수립하여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대구는 첨단의료융합 산업, 그리고 경북지역은 첨단자동차 산업을 특화 육성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계획을 보면서 느끼는 개선점은 우선순위에서 인구 유인책이나 교육 문화 복지 여건 개선보다는 첨단 산업체를 지역에 들여오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 만약 반도체 공장이나 최첨단 디스플레이 공장이 구미나 포항, 영천이나 경주에 들어섰다면 인구 유입이나 교육 문화 복지 여건 개선은 저절로 되는 것이 아닐까?
대규모 사업체가 없는 상황에서 인구 유인책이나 교육 문화 복지 여건 개선 사업을 한들 무슨 큰 효과가 있겠는가. 돈을 들여 병원이나 학교, 어린이집을 지어 놓은들 일자리가 없고 사업체가 없는데 무슨 효과가 있겠는가. 균형발전예산 175조원을 몽땅 털어서 신규 사업체 지역 유치에 투입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본다. 사실 그 돈도 모자랄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신산업도 중요하지만 생기를 잃어가는 기존 기업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설비개조, 기술개발, 기업 간 융합에 더 많은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시름시름 앓고 있는 기존의 기업이 살아남지 못하게 하는 산업, 없는 기업의 혁신에 돈을 쏟아붓는 것은 과녁 없이 활을 쏘는 것과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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