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조국의 자본주의 사랑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세계적인 명성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평생을 사회주의자로 살았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런 체했을 뿐이다. 그는 대중들에게 '노동자'로 보이기 위해 노동자처럼 옷을 입었다. 그러나 그의 '프롤레타리아' 복장은 일류 재단사가 만든 것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런 옷차림으로 파리에 가면 항상 리츠 칼튼 호텔만 이용하고 최고급 샴페인만 마셨다.

이런 위선적 행각에 '양심적인' 좌파들은 진저리를 쳤다. 마르쿠제, 호르크하이머 등 프랑크푸르트학파 인사들은 그를 "천박한 마르크스주의자"라고 경멸했고 특히 아도르노는 그가 "노동자처럼 보이기 위해 손톱 밑에 때를 끼게 하는 데 매일 몇 시간씩 허비한다"고 비꼬았다.

브레히트는 이재(理財) 감각도 탁월했다. 그는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했다가 나치 패망 후 돌아와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했다. 이는 동독에 엄청난 호재였다. 세계적인 극작가가 동독을 조국으로 선택한 것 자체가 동독의 위상을 보증해주기 때문이었다. 감격한 동독 당국은 브레히트에게 극단과 극장을 제공하는 등 전폭적인 지원을 했다.

브레히트는 이를 이용해 많은 돈을 벌었다. 그는 자기 작품의 저작권은 동독이 아니라 서독 출판사에 넘겼다. 자기 작품의 동독 외 출판과 공연 수익을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경화(硬貨)인 서독 마르크화로 받기 위함이었다. 그는 그 돈을 철저히 비밀을 보장해주는 스위스 은행 계좌로 받았다. 이런 사실들은 브레히트를 '자본주의를 사랑한 사회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게 한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사모펀드라는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재테크를, 그것도 청와대 민정수석 재직 중에 했으니 그렇다. 그래서 드는 의문이 있다. 조 씨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힘들고 불편하게 사회주의자로 살지 말고 사회주의 국가에서 편하게 사회주의자로 사는 게 어떻겠냐고 하면 조 씨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이다.

소련에 자국의 기밀을 넘긴 유명한 영국 간첩단, 이른바 '케임브리지 5인방' 중 하나인 앤서비 블런트가 소련 망명을 권유하는 KGB 요원에게 한 말은 그 힌트가 될 듯하다. "나는 당신네 국민이 어떻게 사는지 잘 알고 있소. 나는 그렇게 사는 게 대단히 어렵고 거의 불가능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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