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세용 구미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도식에서 첫 잔을 올렸다. 장 시장은 취임 첫해인 지난해에는 추도식에 참석조차 않았다.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장 시장의 바뀐 모습이다.
장 시장은 추도식에서 "올해는 구미공단 50주년이다. 공단 역사 등을 볼 때,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살리기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야 한다"며 "박정희 전 대통령을 보수의 상징 같은 느낌으로만 봐선 안 된다. 실용주의적, 혁신가적인 면도 있었다 본다"고 했다.
또 "지난 50년 대한민국의 경제를 이끌어온 구미의 오늘은 고인의 선구자적 결단, 구미와 상생해 온 기업들, 노동자들의 헌신 및 시민들의 봉사·노력의 결과"라며 "이는 국가 발전을 최우선에 둔 국가주의적 실용주의자이자 국토 개발과 산업화를 이끌며 세상을 끊임없이 바꿔나간 혁신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 고향에 베푼 큰 선물이었다"고 덧붙였다.
고심과 성찰이 벼린 말이다. 의미는 복합적이다. 먼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제 업적을 치켜세웠다. 또 기업의 노력, 노동자·시민의 피와 땀을 빼놓지 않았다. 산업화에 대한 장세용식 정의다. '박정희 흔적 지우기' 논란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굳은 의지가 읽힌다.
장 시장은 취임 후 민감한 언행으로 보수층의 반발을 자주 샀다. 이는 보수-진보 갈등으로 비화되기도 했다. 구미시 새마을과 폐지 및 새마을테마공원 명칭 변경 추진, 그리고 구미공단 50주년 행사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빠진 홍보 영상 상영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구미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다. 많은 구미시민과 보수층은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과 애착이 깊다. 장 시장은 이를 가볍게 여긴 것 같다. 물론 민주화운동을 한 역사학자로서의 소신이 있을 것이고, 지지층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구미시장이며, 그에게 표를 주지 않은 사람들도 구미시민이다.
5년 전 김부겸 새정치민주연합 대구시장 후보는 깜짝 놀랄 공약을 내놨다.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짓겠다는 것이다. 그는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산업화의 교육장으로 만들겠다고 했다. 또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를 통해 지역주의를 깨는 역할도 염두에 뒀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는 이 공약 때문에 지지층으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그가 호된 후폭풍을 무릅쓰고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외친 이유는 뭘까? 당시 김 후보는 매일신문·대구평화방송 주최 '대구시장 여야 유력 후보 토론회'에서 "저는 맞아 죽을 각오로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의 화해 같은 역사적인 과제를 풀어가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정치인은 유연하고,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면에서 고 김대중 대통령은 훌륭한 정치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후배 정치인들에게 이런 조언을 자주 했다고 한다. "정치인으로서 훌륭하게 성공하려면 서생(書生)의 문제의식과 상인(商人)의 현실감각을 가져야 한다." 서생의 문제의식은 원칙과 철학을 강조한 것이며, 상인의 현실감각은 타협을 해서라도 일이 되게 하라는 의미다.
장세용 시장은 대구경북의 유일한 더불어민주당 단체장이다. 그 이유만으로도 외롭고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여당 시장으로서 대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지지층만의 '반쪽 시장'이 돼서는 안 된다. 구미와 구미시민 모두의 시장이어야 한다. 초헌관(初獻官)의 마음으로 구미 경제의 영광을 되찾는데 힘써주길 바란다. 할 일은 많고, 갈 길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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