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달력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날짜만 보고도 마음을 다잡는다. 설렘의 마법이다. 1975년 연말이다. 대구시내의 한 버스정류장 앞 가판대다. '카렌다 판매'라고 적혀 있다. 한 여성이 신년 달력을 펼쳐 보고 있다. 여성 모델이 달력에 실렸다. 유력 기업들이, 정부가 달력을 배포했지만 충분한 공급은 못됐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고루했다.
그 시절의 달력은 목적성이 강했다. 달력 배포자의 정치적 목적과 달력 수령자의 실용적 목적이 혼합돼 탄생한 것이 속칭 '국회의원 달력'이었다. 시골에 가면 지역 국회의원의 얼굴이 큼직하게 나온 달력이 더러 있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흔했다. 농가에 주로 배포되다 보니 음력, 24절기, 농사 정보까지 실려 있었다. 낱장인데다 벽에 붙여야해 아이들의 인기를 끌진 못했다.
달별로 빳빳한 코팅이 돼 있던 달력은 아이들에게 인기였다. 순백의 빳빳한 코팅지를 접하기 어려웠던 아이들은 스케치북의 서너 배 크기인 달력 뒷면을 캔버스 삼아 작품을 그리곤 황홀해했다. 초등학생 아이를 둔 집에선 달력 두어 개 정도를 신학기 책표지 용도로 남겨뒀다. 교과서를 물려 쓰던 때의 지혜다.
다이어리의 보급,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에 밀려 달력 제작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하지만 각종 집단이 선한 의도로 특별 제작하는 달력은 명맥을 이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몸짱 소방관 달력'이다. 웃통을 벗은 소방관들이 근육질 몸매를 과시한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남성들의 운동 자극제로는 으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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