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릉원 돌담길, 보문호수, 김유신장군묘, 불국사…. 이곳 외에도 해마다 봄이 되면 경주엔 아름다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곳이 아주 많다는 걸 이곳에 살며 알게 됐다. 벚꽃 주변엔 언제나 사랑하는 연인, 혹은 가족이 있었고, 파라과이 출신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어거스틴 바리오스(1885~1944)의 '당신의 마음 곁에서(Junto a tu corazon)' 선율이 떠올랐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곽진규(31) 씨의 얘기다. 곽 씨는 12살 때 기타를 처음 들었다. 이어 한국예술종합학교 기악과를 졸업했다. 졸업과 동시에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시립음악원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이후 활발한 클래식 기타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다.
올해 열린 '제1회 대구국제기타페스티벌'에 초청돼 리사이틀을 가졌으며 솔로 활동 외에도 합주 등도 펼치고 있다. 실제로 프랑스에서 함께 활동했던 첼리스트 윤지원과 듀오를 이뤄 국내에서 다양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2018년부터는 아예 천년 고도 경주에 터를 잡고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온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혼자 경주로 여행을 왔던 게 인연이 됐죠. 그 여행에서 게스트하우스를 하던 와이프를 만나게 됐고 결혼을 하며 경주에 자리잡게 됐습니다."
그는 경주를 '살기 좋은, 엄청 큰 시골'이라고 표현한다. 자신 역시 기질적으로 도심보다는 시골 생활이 편하다고 했다. 유학시절에도 1년 만에 도심을 나와 파리 외곽 시골마을로 거처를 옮기고 1시간이 넘는 거리를 통학했을 정도다.
곽 씨는 유학시절 파리 외곽에 있는 퐁텐블로 숲을 자주 갔다고 했다. 퐁텐블로 숲은 중세 봉건시대부터 19세기까지 왕실 사냥터였다.
"경주에도 신라시대 왕실의 사냥터였던 황성공원이 있다는 게 신기하더군요. 황성공원을 거닐며 '누군가가 경주에 살라고 한다면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었습니다. 황성공원 외에도 경주엔 불국사, 오릉, 금장대, 형산강 등 걷거나 자전거를 타며 산책하기 좋은 곳이 너무 많습니다. 이곳에 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호사죠. 특별한 영감을 받는 건 아니지만 경주의 자연은 저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경주와의 인연으로 그의 기타 인생에서 경주는 빼놓을 수 없는 영감이 됐다.
경주에 살며 느낀 감정을 담아 선곡한 프로그램으로 독주회를 열 예정이다. 오는 15일 오후 5시 경주예술의전당 원화홀 무대에 오르는 '나와 당신, 우리의 경주'가 그 것. 에밀레종을 보며 떠올린 이사크 알베니스의 '스페인의 노래들' 모음곡 중 코르도바, 풍력발전소 주차장에서 노을을 보며 떠올린 프레데릭 쇼팽의 야상곡 등을 연주할 예정이다.
그는 작은 무대라도 꾸준히 독주회를 갖는 게 자신의 목표라고 했다. 이번 연주회는 올해 그의 5번째 독주회다.
"항상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이번 연주회는 경주에 와서 제가 느끼는 행복한 감정을 많은 관객과 공유하고 싶어 마련한 무대입니다. 내년엔 경주에 사는 시인들의 시를 테마로 곡을 구성해 독주회를 가질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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