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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강신호 지음/ 북센스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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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쓰레기 더미를 소년이 걸어가고 있다.
지구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한 쓰레기 더미를 소년이 걸어가고 있다.

애니메이션 '월E'에서 지구는 쓰레기와 미세먼지, 유독가스로 가득 차 말 그대로 더 이상 살 수 었는 곳으로 묘사된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도 지구는 바이러스와 질소 부족, 사막화에 따른 먼지 폭풍으로 인해 살 수 없는 곳이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첨단기술이 아무리 발달한 미래에도 지구를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플라스틱 쓰레기만 남아 온 지구를 점령하기 전에 우리는 지금 여기서 멈춰야 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 책은 플라스틱이라는 물질의 A부터 Z까지 완전히 해부하는 동시에 플라스틱 사회를 유지시키는 시스템까지 신랄하게 분석한다. 탄탄한 정보와 이해를 바탕으로 지금 우리 생활에서 꼭 필요하고 실현 가능한 재활용 대책도 제시하고 있다.

◆어떤 플라스틱이 문제일까

우리가 뉴스를 통해 태평양 거대쓰레기 지대나 배 속에 플라스틱이 가득한 해양 동물 사체를 접할 때 딱 한번 쓰고 버린 플라스틱이 해양 생태계 파괴의 주범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 오염물질의 80%가 도시에서 배출된 쓰레기들이 떠내려와 모인 것이다. 대부분 포장재와 식품용기, 일회용품, 비닐봉지들이다. 여기에 더해 최근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오염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미세플라스틱의 주범은 합성섬유이다. 현대인이 입고 있는 대부분의 옷감은 대략 3분의 2가 합성섬유이거나 혼합직물이다. 세계자연기금과 호주 뉴캐슬대학이 공동 진행한 '플라스틱의 인체 섭취 평가 연구' 결과 우리가 매주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이 거의 신용카드 한장 무게라고 밝혀져 충격을 주었다. 미세플라스틱은 수산물 섭취뿐 아니라 합성섬유로 만들어진 대부분 의류를 세탁할 때도 나온다. 이와 함께 여러 재질의 부품들을 모아서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한 복합 플라스틱도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생활용품과 어린이용 플라스틱 장난감이다. 일일이 분해하기도 힘들고 해서 그냥 재활용 불가 쓰레기로 분류되고 있다.

거물에 걸린 바다거북이
거물에 걸린 바다거북이

◆플라스틱은 왜 등장했을까

우리가 역사적으로 많이 사용해왔던 소재는 나무다. 그런데 물보다 가벼운 나무는 결이 있어서 방향에 따라 강도가 달라지는 약점을 갖고 있다. 이를 대체해 사용한 소재가 철강이다. 철강은 무게가 물보다 8배나 많이 나가면서 강도는 높다. 하지만 너무 무거워서 조금만 덩치가 커도 혼자 옮기기가 버겁다. 그러다보니 가벼우면서도 강한 재질을 찾게 됐다. 이때 개발된 것이 플라스틱이다. 플라스틱은 비강도성, 즉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는 것이다. 생활용 플라스틱은 물과 비슷하거나 낮은 무게를 가지면서 강도는 나무보다 크다. 실제 1950년 이후 본격적인 제품의 소재로 생산되기 시작한 플라스틱은 1980년대 말에 철강 제품 생산량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은 산이나 액체 등에 부식되지 않는 내식성이 좋을 뿐 아니라 어떤 용도나 디자인이라도 대체하여 만들 수 있다. 또 플라스틱은 제조 공정이 매우 신속하고 저렴해 틀에 넣고 눌러서 만드는 제품이든 강제로 주입해서 만드든 단 몇초 만에 수십 개를 완성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이점이 플라스틱이 대량생산에 적합한 소재란 것을 알게 해주었다.

◆플라스틱 속에 감춰진 독성물질

플라스틱의 원료나 첨가제 속에는 인공적으로 합성해 넣은 화학물질들이 있다. 이런 탓에 지구상에 있는 소재 중 가장 많은 혼합체가 플라스틱일 것이다. 그런데 이 합성물질 중에는 환경과 생태계로 유출될 때 치명적인 부작용을 남기는 물질들이 많다. 플라스틱을 태우면 여러 독성물질이 배출된다. PVC는 가장 고약한 플라스틱이다. 주성분인 염화비닐은 독성이 크고 가연성이며 발암물질이다. 한때는 음식물 포장재로 쓰이는 랩으로 많이 쓰였으나 금지되었다. 다음은 폴리스틸렌(PS)으로 가열되었을 때 스티렌 성분이 나온다. 이는 신경계 독성물질이며 잠재적 발암물질이다. 스티로폼은 발포PS인데 컵, 쟁반, 과일용기 등 일회용품이나 음식물 용기로 많이 쓰인다. 또 가소제 중 내분비계 교란 물질로 알려진 프탈레이트는 일부 장난감 플라스틱에 첨가되다가 1999년부터 EU 등 많은 국가에서 금지하거나 제한하고 있다. PET에는 프탈레이트가 들어가 있지 않다. 가장 안심하고 음식을 담을 수 있는 플라스틱으로 알려져 있으나 열에 노출될 경우 제조 과정 중 포함된 안티몬이 용출될 수 있다.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이러다 지구에 플라스틱만 남겠어

◆적극적 재활용 어떻게 할 것인가

적극적 재활용은 플라스틱 제품의 디자인-제조-사용-재순환의 모든 단계에서 재활용을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 우선 생산자는 여러 재종을 섞는 복합 플라스틱 제품을 디자인하지 않고 한두 개 재종으로 단순화해야 한다. 재활용이 쉬운 PE, PP, PET류 위주로 원료를 선택하고, 포장재 비닐의 경우 한 제품을 포장하기 위해 서너 가지 종류를 섞지 않도록 한다. 또 사용된 플라스틱의 재활용 마크를 보기 쉬운 곳에 분명히 표시하고 색소를 첨가하거나 특수한 이물질을 넣어 강도를 높이려는 것을 지양한다. 플라스틱을 리필용기로 쓰는 상품의 경우 대체재로 활용하여 회수 및 리필 판매를 가능케 하고, 중대형 마트에 포장재 비닐류 회수를 위한 수거함을 설치한다. 반면 소비자는 장바구니 등을 챙겨 새롭게 생활 속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제품이나 포장재를 최대한 억제한다. 또 세분화된 분리배출을 위해 PET병 경우 몸체(PET), 뚜껑(HDPE), 라벨(PP)을 모두 분리해서 배출 봉투에 담는다. 재활용품을 모으는 배출거점은 마을 단위로, 또는 상가와 빌딩 단위로, 공동체 단위로 만든다. 260쪽, 1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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