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도시철도, '도심 공기청정기' 역할 도맡는다

'양방향 전기집진기' 도심 공기까지 정화
저감 효과 검증… '전국 6개 도시철도 확대'
설치 때마다 특허기술료 받아 수익 32억 기대

대구 도시철도 1호선에 시범 설치된 양방향 전기 집진기의 모습.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 도시철도 1호선에 시범 설치된 양방향 전기 집진기의 모습.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 도시철도가 도심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허파로 진화한다. 올해 전국에서 열린 갖가지 행정 혁신사례 시상식을 휩쓴 '양방향 전기 집진기'가 내년부터 전 역사에 확장 도입돼 역 내부와 열차는 물론, 도심 대기까지 정화하는 공기청정기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특히 중국발 미세먼지가 심각한 문제로 대두하면서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각 도시에서도 앞다퉈 도입을 문의하는 등 양방향 집진기가 대구 도시철도의 '효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다.

◆도시철도가 도심 공기청정기로

애초 도시철도는 도심 공기를 정화하기는커녕 악화시키는 존재였다. 공기순환기를 통해 외부의 탁한 공기를 걸러 깨끗해진 공기만 받아들이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운행 중 발생한 미세먼지 등 오염된 공기는 환기구를 통해 외부로 배출됐기 때문이다.

대구도시철도공사가 개발한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이런 순환 과정을 뒤집었다. 지상에서 지하로 유입되는 공기는 물론, 외부로 배출되는 공기까지 정화하는 양방향 정전기 방식을 적용한 신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기술 우수성을 인정받으면서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올해 행정안전부 주관 '대한민국 안전기술 대상'과 대구시의 '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를 비롯해 갖가지 기술 경진대회를 휩쓸다시피 했다.

대구 도시철도에 설치된 양방향 전기집진기의 모형.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대구 도시철도에 설치된 양방향 전기집진기의 모형.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지하터널 환기구에 전기집진기를 설치하면 오염된 공기 유입을 차단할 뿐 아니라, 깨끗한 공기를 외부로 배출시키는 역할까지 한다. 열차 운행으로 바뀌는 풍향이나 초속 13m의 강풍에도 문제없이 미세먼지(PM10)는 물론 초미세먼지(PM2.5)까지 제거할 수 있다.

실제 실험 결과로도 효과가 검증됐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의 측정 결과 양방향 집진기 설치 이전보다 도시철도역 내·외부에서 모두 평균 95%가량 미세먼지가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됐다. 자동화 세척·운전 장비가 설치돼 유지비가 저렴하고, 먼지나 수분, 부식에 강한 재질로 만들어 반영구적 사용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여기에 공기정화 설비를 적극적으로 설치하고 체계적 선로 청소 시스템을 갖추는 등의 노력 덕에 대구 도시철도의 미세먼지 농도는 전국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공기 질 측정 전문기관의 측정 결과에 따르면, 대구 도시철도 역사 내 미세먼지는 1㎥당 40.6㎍(마이크로미터) 수준으로 법적 기준(150㎍/㎥)의 27.1%에 불과했다. 초미세먼지 역시 22.8㎍/㎥로 법적 기준(50㎍/㎥)의 45.6% 수준이었다.

도시철도역 양방향 전기집진기에 침전된 미세먼지 슬러지의 모습.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도시철도역 양방향 전기집진기에 침전된 미세먼지 슬러지의 모습.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저감 성과 크다" 수익 창출까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이런 노력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각 지방자치단체, 철도운영기관들이 구성한 미세먼지 저감 태스크포스(TF)가 대구 도시철도 상인역을 찾아 현장실사를 진행해 성능이 검증되자마자 서울과 부산, 인천, 광주 지하철에도 양방향 전기집진기 설치를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이뤄진 것.

내년부터 전국 6개 도시철도 최대 480곳의 본선 환기구에 대구도시철도공사가 개발한 양방향 전기집진기가 설치될 예정이다. 대구시도 국비를 지원받아 내년까지 1·2호선 본선 환기구 60곳에 집진기를 설치하고, 이후 지상 모노레일인 3호선을 제외한 전 역사에 확장하기로 했다. 대구 도시철도의 신기술이 전국 공기를 정화하게 된 셈이다.

대구 도시철도 지하역사에 설치된 미세먼지 감지기가
대구 도시철도 지하역사에 설치된 미세먼지 감지기가 '좋음'을 나타내고 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제공

전국적으로 확대된 양방향 전기집진기는 쏠쏠한 수익도 가져다주고 있다. 설치할 때마다 업체 매출액의 3%를 특허기술료로 받기 때문. 현재까지 6천500여만원의 수익을 올렸고, 향후 전국 도시철도 확대에 따라 최대 32억원에 이르는 수익이 기대된다. 중국과 인도 등 4조5천억원 규모의 해외 도시철도 시장 개척까지 이뤄진다면 더 많은 수익을 거둘 수도 있을 것으로 도시철도공사는 보고 있다.

홍승활 대구도시철도공사 사장은 "양방향 전기집진기를 빠르게 전 지하역사에 설치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하고, 터널 고압세척 등으로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이는 데도 노력할 계획"이라며 "시민 건강권 확보라는 시대적 요청에 공공 서비스로서 적극적으로 나서 쾌적한 도시철도를 위한 시설 투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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