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동구청과 동구의회가 거듭된 다툼으로 감정의 골을 키워가면서 애꿎은 주민들만 피해를 입고 있다. 취임 직후부터 갖가지 갈등을 겪으며 쌓여온 감정이 최근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자아내면서 구청 조직개편안은 넉 달째 표류하고, 지역 축제 예산이 대폭 삭감되는 등 주민과 가장 가까운 기초단체 행정에 갖은 지장이 초래됐다는 비판이 높다.
민선 7기 대구 동구청과 동구의회는 취임 직후부터 갖가지 사안을 놓고 대척점에 서면서 마찰을 빚어왔다. 지난해 12월 동구의회 본회의장에서 동구문화재단 운영 방향을 놓고 배기철 동구청장과 구의원들이 충돌한 것이 표면으로 드러난 첫 갈등이었다.
신효철 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문화예술을 일반 투자사업처럼 보는 행정방침을 철회하라"고 지적했지만, 배 구청장은 "주민들에게 인기가 있는 분야에 중점을 두라는 방침을 내렸을 뿐"이라고 반박하며 날을 세웠다. 이후 구청장은 한동안 본회의를 비롯한 의회 일정에 거의 참석하지 않는 등 갈등은 점점 깊어갔다.

동구의회가 내홍에 휩싸이면서 잠시 잠잠했던 갈등은 하반기 들어 또다시 불거졌다.
구청이 지난 9월 입법예고한 조직개편안은 넉 달 넘게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동구청은 기존 3개였던 국(局)을 4개로 늘리고, 공무원 정원을 63명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조직개편안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구의회는 "재정 자립도가 낮고, 넓은 면적 대부분은 팔공산 등 사람이 살지 않는 곳이어서 실제 행정수요가 낮아 정원 확대는 필요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동구의회는 최근 예산 심사에서 구청의 주요 축제 예산을 대부분 삭감하는 강수를 뒀다.
급기야 양측은 15일과 16일 축제 예산 삭감에 관한 각자의 주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이례적으로 여론전까지 벌였다.
구청과 구의회 간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오랜 기간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던 팔공산 단풍·벚꽃축제 등이 내년엔 열리지 못할 위기에 처하는 등 그 피해는 고스란히 주민들이 받게 됐다.
김경환 팔공산 동화지구 상가번영회장은 "대구시민 모두 20년 넘게 즐겨온 축제가 구청과 구의회 감정싸움 탓에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에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이달 중 구청과 구의회를 항의 방문할 계획이며, 해결되지 않을 경우 주민소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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