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복지 사각 '생활고 일가족'…도움 호소조차 못했다

대구 북구 초등생 딸·중학생 아들 등 4명 안방서 숨진 채 발견
자택 입구엔 채무이행 통지서, 체납 세금 과태료 독촉장 수북
아이들 20일까지 정상적 등교, 23일엔 등교 않자 담임이 신고

성탄절을 앞두고 42살 동갑내기 부부와 1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24일 대구 북구 동천동 한 빌라 입구에 이들 가족에게 발송된 각종 독촉장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통원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42살 동갑내기 부부와 1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24일 대구 북구 동천동 한 빌라 입구에 이들 가족에게 발송된 각종 독촉장 등이 수북이 쌓여 있다. 이통원 기자.
성탄절을 앞두고 42살 동갑내기 부부와 1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24일 대구 북구 동천동 한 빌라 출입문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붙어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성탄절을 앞두고 42살 동갑내기 부부와 10대 자녀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된 24일 대구 북구 동천동 한 빌라 출입문에 경찰이 설치한 폴리스라인 테이프가 붙어 있다. 정운철 기자 woon@imaeil.com

성탄절을 앞두고 대구 북구에서 일가족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일가족이 생활고를 이기지 못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구 강북경찰서와 북구청 등에 따르면 23일 오후 8시 30분쯤 대구 북구 동천동 3층 빌라 2층에서 동갑내기 A(42) 씨 부부와 중학생 아들 B(14) 군, 초등학생 딸 C(11) 양 등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A씨 집 안방에 가족 4명이 나란히 누워 있었으며,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발견됐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24일 찾은 A씨 집 입구는 경찰 통제선이 처져 있었다. 빌라 입구에는 A씨 부부 앞으로 발송된 각종 독촉장 등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수천만원에 달하는 채무이행 통지서와 함께 자동차세·주민세·고속도로 통행료 등 세금과 과태료 체납 독촉장 등이었다. 도시가스 요금도 2개월 전부터 체납되고 있었다. 개인회생 안내문과 채권추심업체의 가정방문 안내문 등도 함께 발견됐다.

경찰 관계자는 "10년 전쯤 개인사업을 하다 부도가 난 뒤 생활고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는 유가족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했다.

개인 사업을 하던 A씨 가족은 어려운 형편 속에서 어디에도 도움을 청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주민센터 복지담당자는 "3월 기준 아내의 근로소득 200만원이 잡혀 있고, 사업자등록이 돼 있으며, 부부 명의로 업체 트럭 등 차량 3대를 소유하고 있어 복지지원 대상자가 아니었다"면서 "형편이 어렵다는 문의조차 없었다"고 했다.

동네 한 식당 주인은 "부부가 작업복을 입고 다니던 모습을 봤다"며 "무슨 일인지 사채업자들이 찾아온다는 이야기도 들었다"고 전했다.

일가족이 숨진 사실은 23일 B군이 등교하지 않자 이를 이상하게 여겨 집을 방문한 담임교사의 신고로 알려졌다. 학교 등에 따르면 중학생·초등학생 자녀들은 지난 20일까지 정상 등교했다. 신고를 한 B군 담임교사는 경찰 조사에서 "평소에 밝았던 아이가 최근 표정이 우울해 보였다"며 "연락이 되지 않아 집에 찾아갔지만 인기척이 없어 신고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전 직장 동료들은 그가 열심히 일하며 부지런했던 사람이라고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얼마 전까지 함께 일했다는 한 직장 동료는 "5년간 함께 일을 했는데 독립해 사업을 해보겠다고 그만뒀다"며 "퇴사 후에도 거래가 있어 종종 만나기도 했고, 특히 영업을 잘하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다른 동료는 "짧은 시간 함께 일했지만, 열심히 일하시는 분으로 기억한다"며 "새롭게 사업을 한다고 소문을 들었는데 이런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찢어진다"고 했다.

경찰은 일산화탄소 가스 중독 외에 다른 사망 원인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했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오는 26일쯤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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