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연말 대구경북에 매머드급 화두를 던졌다. 대구경북을 행정적으로 통합시키고 2022년 지방선거 때 통합 광역단체장을 뽑자는 것이다.
행정 통합을 학계나 연구기관, 시민단체가 아니라 현직 도지사가 제안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전망이다.
이 지사는 대구경북이 과거처럼 대한민국을 이끌어 가는 지역이 되려면 반드시 통합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영진 대구시장도 같은 날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대구경북 통합에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생활권·경제권 통합을 통해 가시적 성과를 시도민들에게 먼저 보여주자는 제안도 했다.
두 광역단체장이 통합에 한목소리를 낸 것은 그만큼 행정 통합이 절박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구는 1992년 이래 줄곧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 꼴찌에 머물고 있다. 3위 도시 자리를 인천에 내준 지 오래. 4위마저 위협받고 있다. 경북 역시 포항, 구미를 두 축으로 한 산업기지가 사양화되면서 경제 상황이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와 경북은 상생을 위한 협력보다는 경쟁을 하는 관계로 서로를 견제해왔다. 기업 유치나 국책 사업 공모 등에서 지나친 경쟁으로 오히려 다른 시도에 이익을 안기는 사례도 많았다.
두 지방자치단체는 시도민들의 비판을 의식, 경제 현안에 공동 대처하기 위해 '대구경북경제통합추진위원회'를 꾸렸는데 이름뿐이었다. 2014년 당시 권영진 시장과 김관용 지사가 좀 더 효율성을 기하자며 '대구경북 한뿌리상생위원회'로 이름을 바꿔 경제통합기구를 출범시켰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작년 7월 민선 7기부터는 부단체장이 하던 위원장을 권 시장과 이 지사가 공동으로 맡으면서 힘을 실었다.
그러나 속 시원한 해결책은 만들어내지 못했다. 현행법상 재정 투입이 불가능하거나 핵심 이익에 대한 양보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권영진 시장과 이철우 지사가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단일 공무원교육원 운용마저도 이해관계가 상충되면서 흐지부지된 것은 의지만으로는 협력 차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잘 말해준다.
두 단체장이 현 상황을 타개할 목표점으로 행정 통합을 제안한 것은 이런 사정 때문일 것이다. 두 사람은 지난해 7월 업무를 시작한 이후 매월 한 차례씩 교환 근무를 하면서 통합이 되면 어떤 광역지자체보다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점을 절감해왔다.
행정 통합을 하는 과정은 험난하다. 매일신문은 경북도청이 안동 예천으로 결정될 당시 도청이전보다 행정 통합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하다가 경북 북부권의 큰 반발을 산 적이 있다. 창원 마산 진해 등과 다른 몇몇 도시들이 시너지 효과를 위해 통합을 추진할 때였다.
행정 통합을 위해서는 시도민들의 여론 수렴을 통한 공론화 과정이 필수적이지만 무엇보다 단체장의 의지가 중요하다. 이해관계가 엇갈리는 반발은 불 보듯 뻔한데 이를 돌파하려면 시장과 지사가 정치 생명을 거는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단체장이 화두만 던졌다고 공론화가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행정적 뒷받침이 없는 공론화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이 지사가 제안한 대로 2022년 통합단체장을 선출하려면 당장 공론화 기구를 만들고, 통합 과제 등을 선정해야 한다. 이런 일은 대구시와 경북도가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가능하다.
통합대구경북 단체장은 지역 정서의 특성상 보수층의 대표 주자로 우뚝 설 수 있다.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의 분발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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