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안이 우여곡절 끝에 30일 국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최근 권력형 비리에 대한 과감한 수사로 국민적 성원을 회복해 온 검찰의 고민이 깊어지게 생겼다. 검찰의 수사범위가 경제와 민생 영역으로 국한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무소불위 검찰 기소독점주의 견제, 정치권 자정능력에는 의구심
공수처가 설치되면 ▷대통령 ▷국회의장 및 국회의원 ▷특별시장·광역시장·특별자치시장·도지사·특별자치도지사 및 교육감 ▷검찰총장 ▷판사 및 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 ▷장성급 장교 등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공수처가 맡게 된다. 이들 고위공직자의 배우자, 직계존비속(대통령은 배우자와 4촌 이내의 친족)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
정치권 관계자는 "사회 전 분야를 상대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해 온 검찰 권력이 견제를 받는 단초가 마련됐다"면서도 "반복되는 권력형 비리사건으로 국민적 지탄을 받아온 정치권이 스스로 자정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해 시행과정에서 상당한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검찰의 힘을 빼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 힘을 공수처에 실어주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의구심도 있다. 결국 '검찰이 그동안 너무했지'와 '그래도 정치권보단 검찰이 더 낫지 않느냐'를 두고 한 차례 더 여론의 충돌이 예상된다. 정치권에선 이에 대한 국민의 반응이 내년 총선 결과를 통해 표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 선거수사에 대한 권한은 여전히 가져
아울러 현 정치권 정국 흐름에 중대한 상황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공수처가 설치될 경우 현재 검찰이 청와대의 견제를 받으면서도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 유재수 전 부산광역시 경제부시장 감찰 무마 의혹 사건, 울산시장 선거 불법개입 등 권력형 비리 사건 등에 대한 수사를 공수처가 담당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공수처 설치에도 그동안 선출직 공직자들의 자격 상실 여부와 직결된 사안이었던 선거 기간에 벌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서는 여전히 검찰이 수사·기소권을 쥐고 있어 검찰이 정치권을 견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은 보유할 수 있게 됐다. 공수처 설치법이 '고위공직자범죄'를 고위공직자로 '재직 중'에 본인 또는 본인의 가족이 범한 죄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법원 긴장하는 계기 될 듯
이와 함께 그동안 내부비리 단죄에 대한 무풍지대라는 비판을 받아왔던 검찰과 사법부가 긴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이 사법개혁 명분으로 제시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잊을 만하면 반복됐던 스폰서 검사 사건과 판사 뇌물수수 사건 등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적지 않았던 상황에서 공수처가 출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그동안 내부 온정주의와 솜방망이 처벌로 국민을 실망시켰던 검찰과 사법부가 공수처 설치를 계기로 조직을 정화하고 정비하는 기회를 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검찰과 경찰수사권 조정 관련 형사소송법개정안 및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방향에 따라 사법지형 변화 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기소권한을 내 준 검찰이 경찰과도 권한을 나누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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