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북 울진군에서는 독립에 대한 만세삼창이 울렸다. '2020년 원전의존형 경제구조 극복 원년의 해' 선포식에서다. 지금껏 원자력발전소에만 매달려 온 경제구조를 반성하고, 원전으로부터의 경제 독립을 위한 자리였다.
가난한 농어촌이었던 울진은 1988년 9월 한울원전 1호기가 들어오며 서서히 경제부흥을 맞았다. 그러나 2017년 속칭 '탈원전 정책(에너지전환정책)'이란 한파가 불어닥치며 원전 산업이 쇠퇴하자 지역 경제상황은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대비할 틈도 없이 닥친 위기는 지금까지 안일했던 울진의 낙관론에 경종을 울렸다. 지금껏 원전의 달콤함에 취해 있던 울진은 뼈 아픈 반성과 함께 지금 경제 자립을 위한 첫걸음을 준비하고 있다.
◇원전으로 이룬 반짝 성장
울진군은 국내 최대 원자력발전소 밀집 도시이다. 현재 울진지역에 가동 중인 원전은 총 6기(한울원전). 여기에 신한울원전 1~2호기가 건설 작업을 대부분 마무리하고 조만간 가동을 앞두고 있다.
국내 가동 원전은 고리원전 3기, 신고리원전 4기, 월성원전 4기, 신월성원전 2기, 한빛원전 6기 등 총 25기(폐로 원전 제외)이다. 시험가동 중인 신한울원전 1~2호기와 건설 중인 신고리 5~6호기를 합하면 29기로 늘어난다. 가동 예정 원전까지 따지면 고리·신고리원전이 총 7기이지만 울주군과 기장군에 나눠서 배치돼 단일지역으로는 울진군의 밀집도가 가장 높다.
막대한 정부 보상금에다 원전에서 나오는 매해 수백억원의 수익은 울진을 경북 내 군 단위 인구 최대지역으로 만들었다. 울진 원전에서 나오는 지방세 수익은 매년 900억원가량에 달한다. 이 가운데 경북도 몫을 제하면 약 600억원 정도가 울진의 세 수익이다.
지난해 울진군의 지방세 수익은 총 1천6억원이며, 원전 관련 세액은 614억원으로 전체의 61%에 이른다. 이 밖에도 정부와 한울원자력본부는 지역 환원을 위해 사업자지원사업 및 기금사업으로 매년 200억가량을 울진에 집행하고 있다. 원전 가동에만 4천373명(한수원 2천175명·협력사 2천198명)의 고용이 발생하며, 건설인력 등을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원자력학회의 2018년 조사 결과 울진 경제의 원전산업 직접의존도(협력업체 포함)는 약 35%이다. 식당·숙박업 등 2차 파급경제까지 생각하면 많게는 60%가 원전에서 나온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는 셈이 나온다.
◇원전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이에 따라 울진 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세수익만 놓고 봤을 때 2017년 724억2천여만원이었던 원전 관련 세액은 지난해 614억원으로 급감했다. 원자력학회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탓에 울진에서만 향후 60년간 매해 건설 50억원, 발전사업 1조660억원, 지원사업 488억원 등 모두 1조1천198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위기감은 인구 통계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울진군 주민등록인구 현황을 살펴보면 2009년 5만2천529명이던 인구는 에너지전환 정책이 발표된 직후인 2017년 5만974명, 2018년 5만36명, 지난해 4만9천314명으로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 울진 군민들을 상대로 한 의견조사 결과에서도 인구 감소 원인으로 양질의 일자리 부족(55.8%)을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신규 투자 감소와 고용 불안에 따른 경제 악화는 울진에 체질 개선을 종용하고 있다. 울진은 금강소나무, 온천, 대게, 송이 등 천혜의 자연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원전 보유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 관광, 교통, 특산물 홍보 등 많은 것을 포기해왔다. 지금이라도 지역이 가진 저력을 활용, 원전산업에서 독립하고 울진만의 경제구조를 확립해야한다는 의견이 팽배하다.
울진군은 올해를 '원전의존형 경제구조 극복 원년의 해'로 선포하고 지금껏 원전 일변도였던 경제구조를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3대 핵심전략으로 미래 신산업 육성, 치유∙힐링관광 완성, 스포츠∙레저산업 구축을 제시하고 있다.
미래 신성장동력산업 발굴을 위해선 해양신산업 분야, 에너지 분야, 힐링관광 분야, 스포츠레저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군민대토론회를 개최, 다양한 의견과 아이디어를 수렴해 미래 발전계획수립에 반영할 계획이다.

◇치유와 해양에서 답을 찾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선포식에서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라는 특정산업에 의존한 지역경제가 외부 요인으로 얼마나 큰 영향을 받는지 모든 군민이 체감하고 있다"면서 "울진이 안정적 번영으로 가려면 과거와는 다르게 다양한 경제구조를 통해 흔들림 없는 토대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새로운 신성장 동력을 발굴, 울진 경제산업 전반을 수정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표현이다.
현재 울진이 내세우는 미래 로드맵은 '치유'와 '해양'으로 요약할 수 있다. 풍부한 자연여건을 활용한 힐링특구 건립, 해양바이오산업지역으로의 변모가 울진이 내세우는 해법이다.
먼저 기존 전략자산인 경북해양과학연구단지와 연계하는 '해양바이오산업 기술 개발', '해양심층수․염지하수 산업기반 구축'을 통한 의료, 화장품, 식품관련 기업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제조, 서비스, 대학교육, 관광서비스를 결합한 해양바이오 메디컬헬스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기반도 준비 중이다. 국내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란 이미지를 타파하기 위해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에너지 생산기반 조성을 위해 수소에너지 특화단지를 선점하는 것도 목표이다.
아울러 대규모 관광인프라가 완료되는 올해를 시점으로 온천∙숲∙해양을 결합한 '머물고 싶은 힐링도시'를 완성하겠다는 포부이다. 후포면 국제마리나항을 시작으로 대풍헌 수토문화나라 및 월송정 사구습지 공원, 백암온천 산림생태공원, 해양치유센터 건립이 그 중심이다.
전찬걸 울진군수는 "기존 관광자원과 연계한 왕피천 케이블카 설치, 왕피천 생태공원 조성, 염전해변 관광자원화 사업 등이 완공을 목전에 두고 있다. 올해는 명실공히 울진 관광의 허브가 구축되는 시기"라며 "금강송에코리움과 연계한 울진 랜드마크가 될 국립해양과학관, 죽변해안 순환레일 설치, 죽변항 이용고도화 사업이 완료되면 죽변항에 유람선을 유치해 온천·산림·바다 체험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휴양관광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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