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과 전망] 문 대통령, 주인인가 객(客)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두진 편집부국장
조두진 편집부국장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7일 신년사에서 "지난해 신규 취업자가 28만 명 증가해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연말 무역의 날 기념식에서는 "11년 연속 무역흑자라는 값진 성과를 이뤘다"고 했다. '국민과의 대화'에서는 "전국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진실은 문 대통령의 말과 다르다. 지난해 경제 허리층인 30, 40대의 일자리 감소가 아주 컸다. 그나마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만든 60세 이상의 단기 일자리가 큰 폭으로 늘어 일자리 증가로 나타났을 뿐이다.

무역은 수출과 수입이 모두 쪼그라들었다. 교역 규모 감소로 유지한 흑자와 '잘해서 얻은 흑자'는 다른 이야기다. 우리나라 수출은 2018년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4개월 연속 하강곡선을 그렸다.

문 대통령은 "우리나라 경제가 튼튼하다"고 말했지만, 지난해 한국 경제성장률은 2%에 턱걸이했다. 금융위기 때인 2009년 이후 최저치다. 그나마 성장의 4분의 3이 나랏돈(세금)을 퍼부어 견인한 것이다. 2019년 국내총소득(GDI)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21년 만에 처음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집값이 안정화됐다'는 문 대통령의 말도 사실이 아니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의 아파트 중위가격은 9억1천216만원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위가격이 3억원이나 상승했다.

문 대통령이 한두 번도 아니고 끝없이 진실과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자 세간에서는 '문 대통령의 현실 인식 능력이 떨어진다. 딴 세상에 사는 사람 같다'는 말들이 있었다. 하지만 근래에는 "문 대통령이 고의로 거짓말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16세기 이탈리아 정치가이자 사상가인 프란체스코 귀차르디니는 처세술 책 '리코르디'를 남겼다. 책에서 그는 '잘못을 감추고 싶다면 정면으로 부정하라. 부정한다고 잘못의 증거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한테 그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는 의구심을 불러일으킬 수는 있다. 거짓이 들통나더라도 계속 거짓말을 해라. 어떤 자들은 그 거짓말로 얻게 될 물질적, 심리적 이익 때문에 믿고, 또 어떤 자들은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믿는다'라고 썼다.

들판에 집이 한 채 있다고 하자. 그런데 지붕에 틈이 생겨 빗물이 샌다. 서까래가 썩어가고, 바닥에서는 습기가 올라온다. 집주인이라면 당장 수리에 착수할 것이다. 설령 밤잠을 설치고, 지붕에 올라가 일하느라 비를 맞는 한이 있더라도 상황이 악화하는 걸 방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며칠 묵다가 떠날 객(客)이라면 지붕 고치고, 습기 잡느라 단잠을 방해받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잠시 묵었다가 떠나면 그만인 그에게는 자기 짐보따리가 중요할 뿐, 장차 집이 허물어지든 말든 관심 밖이다.

나라 상황이 더 나빠져도 문 대통령은 진실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낙관적이다. 많이 좋아졌다"고 일관되게 우기는 한 대깨문들(대가리가 깨져도 문재인이라는 사람들)은 심리적 위안을 얻기 위해 그 말을 믿을 것이고, 생업에 바빠 세세한 상황을 파악하기 힘든 국민들은 명색 대통령의 말이니 믿을 것이다.

중국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세계가 난리다. 의사협회와 야당이 입국 금지를 확대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는데도 문 정부는 '우한 체류 외국인 봉쇄'라는 뜨뜻미지근한 대책만 내놓았다. 총선 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라는 '짐보따리'에만 열중하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그래서 나온다.

지붕이 새든 말든, 서까래와 기둥이 썩든 말든 객은 떠나면 그만이다. 집주인이라면 그럴 수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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