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취재현장] 청년들의 귀환을 준비하자

서광호 사회부 기자

서광호 사회부 기자
서광호 사회부 기자

청년이 대구를 떠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대구의 청년 유출이 급증했다. 13년 만에 가장 많은 수가 대구를 빠져나갔다. 이들 중 대다수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으로 향했다. 대학 진학도 있지만,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서였다. 처우가 좋은 일자리가 많고, 취업을 위한 정보도 풍부해 '인(in) 서울'을 원하는 것이다. 희망을 품고 시작한 대구 청년의 서울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로 진학한 한 청년은 방값과 밥값, 등록금 등을 마련하려고 아등바등 생활했다.

졸업한 이후에도 서울에 머물며 취업을 준비했지만 기대하던 성과를 얻지 못했다. 대구로 와서 옛 친구를 만나고 또 부모님과 함께 사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지만, 대구에는 갈 만한 기업이 없어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무엇보다 서울의 출향 청년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집값이다. 비싼 집값 탓에 주거 환경이 열악하다. 전세는 엄두도 못 내고, 허리를 휘게 하는 월세를 감당해야 한다. 밥값 등 생활비도 만만치 않다. 대구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고 일을 하더라도 풍요로운 여가 생활이 힘든 이유다. 학창시절 친구도 많지 않아 정서적으로도 외롭다.

이 때문에 대구로 돌아온 청년들이 있다. 수년간 서울에서 쌓은 인맥을 포기하고, 대구로 귀환하고 있다. 이들은 급여가 조금 적더라도 대구 생활에 이점이 많다고 했다. 서울보다 집값 부담이 적고, 도시환경도 더 쾌적하다고 평가했다. 무엇보다 가족과 친구가 있다는 좋은 점이 있다. 귀향한 청년들은 서울에서 겪은 고생이 오히려 대구에서의 삶에 자양분이라고 했다.

대구로 돌아오려는 '귀향 수요'는 적지 않다. 대구시의 2018년 청년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출향 청년 200명 중 42%는 귀향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나이별로 보면 25~29세의 귀향 의지가 가장 높았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기혼보다는 미혼이 각각 더 많이 귀향을 원했다. 상대적으로 젊고 서울에 머문 기간이 짧을수록 귀향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대구시가 올해 '청년 귀환 프로젝트'를 시작하기로 했다. 출향 청년 현황을 정확히 조사해 맞춤형 대책을 마련하기로 한 것이다. 처우가 좋은 지역의 중견기업과 출향 청년 인재를 적극적으로 연결하겠다는 복안이다. 청년 유출을 막겠다는 막연한 계획보다 '출향 청년의 귀환'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한 점은 좋은 시도다.

하지만 이에 앞서 귀향 청년들의 지적을 먼저 새겨들어야 한다. 이들은 당장 높은 연봉보다도 다양한 기회의 제공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취업에 한정하지 않고 창업 등 열린 기회가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 물질적인 유인책뿐만 아니라 '삶의 질'과 같은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곳이 돼야 한다는 것.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도 극복해야 한다. 수직적이고 강압적인 조직 문화에서 벗어나 인격을 존중해달라는 것이 청년들의 요청이다. 지역의 기성세대가 가슴에 새겨야 할 지적이다. 정책 차원의 지원뿐만 아니라 청년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는 호소다.

희망을 찾아 대구를 떠났지만, 타향살이에 지쳐 돌아오는 청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귀환은 그저 서울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닌 힘을 다해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불안감과 좌절감으로 청년이 고개를 숙이지 않도록, 격려와 위로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청년에게 대구가 '기회의 땅'이 되도록 지역사회 전체가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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