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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앞산'이라는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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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전영권 대구가톨릭대 지리교육과 교수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인에 의해 훼손된 우리 고유 지명을 되찾으려는 노력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활발히 진행 중이다. 우리 지역에도 그러한 지명들이 더러 있어 기회가 되면 바로잡는 것이 주권국으로서, 문명국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원래 우리 고유 지명인데 일본식 지명으로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바로 '앞산'이 그러한 지명이다.

1768년에 발간된 『대구읍지』 '산천'(山川) 편에는 앞산의 원래 지명은 성불산(成佛山)으로 기록되어 있다. 기록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성불산은 부의 남쪽 10리에 위치하며, 관기안산(官基案山)이다. 비슬산에서 뻗어 내려온다." 관기안산은 풍수적 용어로 관청 터 앞(남쪽)에 위치하는 산을 말한다. 문헌 기록상으로 성불산이 가장 일찍 나오는 고문헌은 1530년에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이다. 그 후로 『여지도서』 『대구읍지』 『대동지지』 『증보문헌비고』 『교남지』 등에도 나타난다.

불교적 용어인 성불산은 조선시대 숭유억불(崇儒抑佛)의 영향으로 대덕산(大德山)이라는 새로운 유교적 지명이 생겨나면서 공존하게 된다. 성불산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나오지만, 대덕산은 『대구읍지』에 처음 등장한다. 그것도 자연경관을 주제로 하는 '산천' 편이 아닌 일반 문장에서 나오고 있어 그때까지도 대덕산보다는 성불산이 앞산을 대표했던 지명임을 알 수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 '산수'(山水) 편 '산형'(山形) 조에는 "대구비파산내유용천지석"(大丘琵琶山內有湧泉之石), 즉 "대구 비파산에는 물이 솟아나는 바위가 있다"는 기록이 나온다. 비파산(琵琶山)은 비슬산(琵瑟山)의 오기다. 비파(琵琶)산과 비슬(琵瑟)산은 혼돈하기 쉽다. 실제로 앞산 달비골 북사면에는 『택리지』에서 언급된 석정(石井)이 존재한다. 앞산이 비슬산에서 뻗어 내려오므로 옛 사람들은 앞산을 비슬산의 한 부분으로 인식했다.

정리하면, 앞산의 옛 지명인 성불산은 시대적 이념 또는 오기로 인해 대덕산, 비파산 등으로 불리거나 기록되어 전해왔다. 그러던 중 대구의 진산(鎭山)인 연귀산(連龜山, 제일중학교 교정) 남쪽에 있는 성불산이 자연스레 '앞산'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주산(진산)의 남쪽을 앞이라 부른다. 일제강점기인 1918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지형도에서는 앞산을 전산(前山·アプサン)으로 표기하고 있다. 전산은 우리 선조들이 부르던 '앞산'을 단순히 한자화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전산(前山) 지명 옆에 일본인들이 '가타가나'로 'アプサン'(앞산)을 병기하고 있다. 즉 가타가나는 외국어(외래어 포함) 표기에 사용되기 때문에 당시 우리 선조들이 앞산으로 부르던 지명을 일본인들이 한자 지명인 전산(前山)을 차용하면서 한자 옆에 한글 지명인 '앞산'을 가타가나로 병기한 것이다.

앞서 얘기했듯이 성불산은 시대적 이념, 오기, 지역민들의 편의 등으로 인해 대덕산, 비파산, 앞산 등으로 불려왔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하나의 산에 여러 가지 지명이 공존하다 보니 최정상부인 앞산 외에 대덕산, 비파산 지명 등을 다른 봉우리에 갖다 붙이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그러나 지명이라는 것은 현재 어떻게 불리는가도 중요하므로 지금의 대덕산, 비파산의 지명도 앞산과 더불어 각기 다른 봉우리에 공존해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앞산은 우리 고유의 지명으로서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 근거를 가지는 지명이다. 따라서 지금처럼 앞으로도 '앞산'이라는 지명을 자랑스럽게 사용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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