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으로만 말하는 사회. 31번째 코로나 확진자 발생 하루 만에 대구에서 벌어진 모습이다. 대구 확진자가 19명으로 증가한 19일 오후 대구 최대 번화가인 동성로에서 만난이들은 저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반쯤 덮고 거리를 지나쳐갔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상점 안에서 들려오는 노래가 거리의 적막을 매웠다. 사람들은 차분히 갈길을 갔지만 이들의 두 눈에는 불안과 공포가 내비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하루만에 대폭 늘면서 시민들이 감염확산 공포에 질렸다. 시민 대부분이 마스크를 쓰고 생업에 종사하는 것은 물론, 외출 때에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동성로 등 번화가, 구청, 복지관 등 행정기관, 공원, 도시철도와 버스 등 대중교통 할 것 없이 대구 곳곳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을 보기 어려울 정도다. 이날 오전 10시쯤 버스 안에서 만난 김(54)모 씨는 50분 내내 시민들의 눈총에 시달려야 했다고 했다. 깜빡하고 집에 마스크를 놓고 외출해버린 탓이다. 김 씨는 "뒷통수가 따갑다"며 "당장 내려서 마스크를 사야겠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잡화점, 약국 등 상당수 마스크 판매처는 다시 재고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이날 오후 3시쯤 도시철도 반월당역 지하의 한 약국에는 시민 30여 명이 가판대 앞에 모여 마스크를 찾았다. 약국 직원들은 연방 상자를 뜯고 마스크를 비치했지만 이마저도 빠르게 동이 났다. 7살 딸과 마스크를 사러온 유(42)모 씨는 "일회용 마스크 두 장짜리가 7천 원이라니 중국에 마스크를 다 갖다 주고 정작 시민들한테는 바가지를 씌운다"고 소리치고선 자리를 떠났다. 유 씨는 딸의 손을 잡고 인근 잡화점에 갔지만 1천 원짜리 마스크는 이미 오래전에 다 팔렸다. 직원은 "하루 전만 해도 인당 3매로 제한해 팔았는데 오늘 오전에 동났다. 다른 곳에 가서 찾아보라"고 말했다.

20대 사이에서는 불안이 분노로도 번지고 있다. 이모(26) 씨는 "학원을 왔다가 평소 종교 포교활동이 많은 중앙로 거리를 일부러 왔다"며 "어제오늘 코로나 19 소식을 들으니 너무 화가 났다. 특정 종교에 대해 악감정은 없었는데 만나면 한소리 하려고 한다"고 털어놓았다. 김모(22) 씨 역시 "제대로 대처만 했어도 이 지경 까지는 아니었을 텐데 지금 상황에 어이가 없다"며 "배송을 기다릴 시간이 없어 마스크를 미리 사놓으려고 외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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