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지역 내 선별진료소와 대구보건환경연구원 등이 몰려드는 의심환자와 검체(호흡기에서 채취한 검사체)에 비상이 걸렸다. 발열과 기침 증상을 지닌 사람들이 줄을 서서 진료를 기다렸고, 이렇게 채취한 검체를 검사하는 데도 24시간 모자란 상황이 됐다.
◆'노심초사' 선별진료소를 찾은 사람들
20일 오전 10시 30분쯤 대구 중구 중구보건소에 설치된 선별진료소 앞에는 10명 안팎의 마스크를 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방진복을 입은 간호사는 진료소 앞에서 이들에게 대기 번호표를 나눠줬다. 시간이 흐를수록 대기명단은 빼곡히 찼다.
사람들은 보건소가 문을 열기 전부터 검사를 기다렸다. A(55) 씨는 "확진자가 있었던 병원에서 근무했던 터라 검사를 하려고 아침 일찍 왔는데 사람이 많아서 2시간째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대구의료원 앞 선별진료소에도 10여 명의 사람이 진료를 기다렸다. 확진자와 동선 겹친다는 C(52) 씨는 같은 집에서 지내는 산모와 신생아에 피해가 갈까 노심초사했다. 의료진들은 불안함에 떠는 사람들에게 "음성으로 나온 비슷한 사례가 많다"며 다독였다.
남구보건소에는 대규모 확진자가 나온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된 사람들도 있었다.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이라고 밝힌 D(30) 씨는 "질병관리본부에서 검사 대상자라고 문자 메시지가 왔다. 증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불안해서 검사를 하러 왔다"고 했다.
신천지 대구교회 옆 주민인 E(50) 씨는 "진료소에 확진자가 있을 수도 있는데 주먹구구식으로 같이 섞여서 기다리려다 보니 불안감이 더 커졌다"고 항의했다.
민원 업무를 보러온 시민들은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이날 대구시는 대응지침에 따라 대구 내 모든 보건소의 일반 민원과 진료업무를 중단했다.
◆24시간 분투하는 보건환경연구원
대구의 유일한 공공 검사 기관인 연구원은 밀려드는 검체에 쉴 틈이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 사태 후 신속대응반을 꾸렸고, 이번 주에는 기존 4명이던 검사 직원을 10명으로 늘렸다. 2인 1조 교대 형태로 구성했지만, 지난 18일 대구에서 확진자가 나온 이후에는 사실상 10명 모두 24시간 근무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하루 동안 160건이 넘는 검체가 몰려왔다. 검사 결과가 나오려면 6시간 정도 걸린다. 동시에 여러 검체를 검사할 수는 있지만, 약 160건의 검체를 검사하려면 온종일 모든 인력이 쉴 틈 없이 매달려야 한다.
한 연구원 관계자는 "대구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검사 의뢰가 급격하게 증가했다. 이 때문에 식사할 시간을 내기가 빠듯해 주로 밖에서 배달해서 먹고 있다"며 "집에 다녀올 틈도 없고 잠도 사무실에서 잠깐씩 쉬는 걸로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 검체 검사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확진자가 18일 1명에서 19일 34명으로 증가하면서 향후 검사가 필요한 접촉자와 의심환자는 더 늘게 된 것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즉각적인 검사 결과가 필요한 부분은 연구원이 전담하고 있고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경우에는 외부 위탁을 하고 있다"며 "하지만 더 많은 검사가 진행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필요한 경우 검사 인력을 정부에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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