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세계 사람들의 뒤통수를 쳤던 영화가 있다. 그 영화는 반전의 교과서가 될 정도로 큰 흥행을 일으켰고, 이후 영화의 많은 포스터에서 '식스센스를 능가하는 최고의 반전'과 같은 수식어는 질리도록 보게 되었다. 직접 겪은 일은 아니지만 먼저 영화를 보고 난 어떤 관객이 영화를 보기 위해 줄 서 있는 관객들을 지나치며 "브루스 윌리스가 유령이다!"라고 소리치고 사라졌다는 괴담도 종종 들을 수 있었다.
스포일러는 영화, 소설, 애니메이션 등의 줄거리나 내용을 예비 관객이나 독자들에게 미리 밝히는 행위, 혹은 그런 행위를 하는 사람들을 말한다. 최근 방송에서 출연진이 먼저 스포일러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 동료 출연진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한다. 이러한 스포일러는 작품의 재미를 반감시킨다.
하지만 스포일러의 영역이 분명하지 않은 것이 사람들 간 의견을 분분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이 왕이 된다'라는 스포일러(?)는 이미 역사적으로 분명한 사실이지만,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다. 비약적인 예시이긴 하지만 분명하지 않은 경계로 인해 종종 갈등이 빚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러한 스포일러를 자제하는 분위기가 관객들 사이에서 자발적으로 생기고 있다. 지난해 '어벤져스 : 엔드게임'이라는 영화는 관객 및 네티즌 등 서로를 위해 결말을 얘기하지 않는 분위기가 생겨났고, 이어 영화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직접 스포일러를 자제해달라고 하며 스포일러를 하지 않는 분위기가 굳어졌다. 이러한 분위기는 최근 미국과 유럽에서도 이어지며 긍정적인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미술계에서도 스포일러는 존재한다. 기획자라는 직업 특성상 작가들과 작품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되는데, 여기서 작가들에게 직접적으로 스포일러를 당하게 된다. 곧 출품할 작품뿐만이 아닌, 다음에 할 작품에 대해서도 같이 고민하며 의견을 나눈다.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작품을 기다리는 입장이라서 관객들만큼 신선한 충격을 받지는 못한다. 한편으로는 작가와의 만남뿐만 아니라 전시기획을 해야 하기에 스스로 스포일러를 자중해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입이 간질간질해지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처럼 스포일러의 경계가 모호한 것은 홍보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모든 작품들이 그러하듯, 작가들이나 기획자들도 전시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는다. 그리고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하며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전시를 선보이지 못하고 스포일러를 자중할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준비하고 있던 전시들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봄이 찾아옴과 함께 코로나19의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있다. 하루빨리 안정화가 되어서 스포일러를 가진 답답한 마음을 해소하고 관객들과 마스크 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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