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비싼 수업료 냈는데"…'텅 빈' 캠퍼스가 서러운 20학번들

온라인 강의 연장에 각종 대학 행사 줄 취소
동기들끼리 '사이버대학'이라 부르며 한탄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이 개강 후 2주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18일 경북대학교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코로나19 사태로 대학들이 개강 후 2주간 온라인 강의를 진행하면서 18일 경북대학교 캠퍼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올해 경북대에 입학한 손모(20) 씨는 온라인 강의가 기존 2주에서 3주로 연장되자 최근 고향인 대전으로 돌아갔다. 손 씨는 대구의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지난달 초 자취방을 구한 뒤 낯선 환경에 적응하고자 홀로 대구살이를 시작한 터였다. 그러나 캠퍼스에 선배나 동기는 없었다. 인근 식당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학과 단체채팅방에서 알게 된 동기들에게 "나 대구에 있어"라고 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학교에 수업 없지 않아?"였다.

코로나19 여파로 대학마다 각종 행사가 취소되면서 20학번 대학 신입생들이 서럽고 쓸쓸한 3월을 보내고 있다. 오리엔테이션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개강이 연기된 데다 강의마저 온라인으로 대체되면서 풋풋한 새내기 생활은 먼 나라 얘기가 된 것이다.

18일 찾은 대구 북구 산격동 경북대 캠퍼스는 조용한 대형 공원을 보는 듯했다. 새 학기 평일 오전임에도 학생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곧 벚꽃이 필 만큼 따뜻한 날씨였지만 매년 이맘때 교내 방송 필수곡이라는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벚꽃 엔딩'도 울리지 않았다.

날씨만 아니었다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을 학교 건물 입구 대부분은 외부인의 출입을 막고자 잠겨있는 상태였다. 일부 대학원생만이 학생증을 찍고 드나들 뿐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한 대학원생은 "정말 학기가 끝난 직후의 방학 같다"며 "아무도 없는 대학 캠퍼스에서 혼자 있는 기분을 3월에도 느낄 줄은 몰랐다"고 했다.

경북대 신입생 정모(20) 씨는 오프라인 강의가 없어지고 온라인 강의로 대체되자 '경북사이버대학교'에 재학 중이라고 농담을 하며 자신을 소개했다. 정 씨는 "며칠 전 소속된 단과대학이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 학교를 방문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학생증을 찍으라고 해 그냥 돌아갔다"며 "모바일 학생증만 발급하는지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새내기들은 온라인 강의에 불만이 많았다. 영남대 20학번 박모(20) 씨는 "비싼 수업료를 냈는데 수업 영상 속 교수님의 목소리는 잘 안 들리고, 칠판에 적힌 수업 내용도 화면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며 "최근 온라인 강의가 1주일 더 연장됐는데 문제가 빨리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온라인 강의에 쓰일 대학 교재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새내기들도 있었다. 계명대 경영학과 학생 김모(20) 씨는 "온라인 강의 교재가 학교 서점에서만 판매돼 며칠 전 학교를 방문했지만 출입할 수가 없어 그냥 돌아왔다"며 "직원이 택배로 보내줬지만 며칠 동안은 교재 없이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씁쓸해 했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