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민식이법' 오늘부터 시행…교통안전 강화 대책은 제자리?

무인단속 장비, 교통신호기 추가 설치 계획
코로나19로 정상 업무 어렵고 설치 장소 점검에 시간 걸려
시민 안전 교육도 뒷받침돼야

대구 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과속단속장비가 설치돼 있다. 배주현 기자
대구 동구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에 신호과속단속장비가 설치돼 있다. 배주현 기자

24일 오전 11시쯤 찾은 대구 북구 침산동의 한 초등학교 앞. 제한속도 30㎞의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무색게 하듯 자동차 한 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학교 정문 앞에는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와 CCTV만 설치돼 있었다. 어린이 보호구역임을 알리는 표지판과 속도 제한 안내판이 있었지만 지키는 운전자는 별로 없었다.

대구 동구 신암동의 한 초등학교 인근 골목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스쿨존으로 지정된 곳이지만 골목마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횡단보도에는 신호등이 없어 도로를 건널 때마다 좌우를 두리번거려야 했다.

25일부터 도심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 내 어린이 교통사고의 처벌 수위를 크게 높인 '민식이법'이 시행되지만 정작 교통안전을 강화할 대책은 제자리 걸음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은 지난 1월 민식이법 개정에 따라 '2020년 대구시 어린이 교통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대구시내 스쿨존 797곳에 무인단속 장비 122개, 교통신호기 82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불법 주정차 단속을 강화하는 등의 내용이었다.

그러나 이같은 대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찰 업무에 차질이 큰 데다 설치 현장 점검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는 탓이다. 경찰에 따르면 현재 대구시내 스쿨존 797곳에 설치된 무인단속장비는 단 49대(6.1%)에 불과하다.

대구시 관계자는 "무인단속 장비와 신호기를 설치하려면 주변 교통 흐름과 학교 주변 지형을 고려해 현장 확인을 해야 하는데 인력도 부족하고 코로나19로 정상 업무가 어려워 늦어지고 있다"고 했다.

시민 안전 교육 강화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운전자들이 무인단속카메라만 의식해 바로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밟거나 카메라가 없으면 아예 스쿨존을 무시하고 지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기 때문이다.

대구 중구 동인동에 사는 최영탁(57) 씨는 "속도를 점점 줄이거나 서행하는 게 아니라 과속 카메라 구간에서만 속도를 급히 줄이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거면 민식이법을 시행하나 마나"라고 지적했다.

대구시와 경찰은 당분간 민식이법 홍보와 과속 단속에 주력할 계획이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대구 맘카페에 카드뉴스를 배포하고 도로 전광판에 홍보 문구를 내보내고 있다"며 "학생들의 개학 시기에 맞춰 과속 운전 단속을 강화하고 교통 장비 설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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