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 민주주의도 무너진다

선거일을 이틀 앞두고 미래통합당이 국민에게 지지를 읍소하고 나섰다. 박형준 공동 선거대책위원장은 13일 "이 나라의 민주주의를 살리고, 이 나라가 특정 세력이 좌지우지하는 나라가 되지 않기 위해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했다. 박 위원장은 "주말에 자체 여론조사나 판세 분석을 해보니 너무나 심각한 위기의식을 느꼈다. 이대로 가면 개헌 저지선(100석)도 위태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에 대해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엄살 떠느라고 그런다"고 했지만 그렇지 않아 보인다. 코로나 사태가 선거 이슈를 덮어버리면서 통합당은 애를 먹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통합당의 선거 전략이 잘 먹혀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외견상 그런 것은 분명하다.

이에 민주당은 매우 고무돼 있다. 이해찬 대표는 "1당은 확보했고 2단계는 과반수"라며 자신만만해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대 180석도 불가능하지 않다"는 소리까지 나온다. 이에 앞서 범여 인사인 유시민 씨는 "선거 판세가 민주당 압승 분위기로 흐르고 있어 범진보 180석은 불가능한 게 아니다"며 '180석 압승론'에 군불을 지폈다.

중도층의 사표(死票) 방지 심리를 부추기려는 애드벌룬 띄우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대구경북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민주당이 우세한 것으로 나타난 현재 여론조사 결과로 보아 현실이 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만약 '180석 압승론'이 현실이 된다면 민주주의의 요체인 '견제와 균형'은 말 그대로 땅에 묻혀버린다. 한국 민주주의는 허울로 전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문 정권은 과반 의석이 아닌데도 지난 3년간 '좌파 독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독주(獨走)하고 전횡(專橫)했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나라'를 경험케 했다. 이는 여당이 180석을 얻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케 한다. 이를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오직 국민 몫이다. 분명한 것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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