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처한 문화예술인의 긴급생계비 지원이 중요하지만, 보다 근복적으로는 문화예술공연 생태계의 붕괴를 막는 일이 시급합니다. 생태계는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복원하는데 너무나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이 소요됩니다."
최주환(53) 전 대구시립극단 감독은 "원래 공연예술계는 1~3월이 비수기이고 4~5월부터 각종 행사·공연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데 ,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행사와 프로그램들이 취소·연기 되었다"면서 "대구의 대표적 공연거리인 대명동 공연문화예술거리 입주 극단들은 임대료를 내지 못해 도산할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최 감독은 "코로나19가 안정된 후에도 대규모 공연이 힘들면 안전성을 확보하면서 소규모 공연이라도 지속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며 "정부가 기업 부도와 노동자의 해고를 막겠다는 경제대책과 같은 관점의 생태계 유지형 문화예술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최 감독 자신도 대구시립극단 감독 임기(2015년 3월 3일~2020년 3월 21일) 만료 뒤, 올해 4월 '고령 뮤지컬 가얏고 연출'과 5월 '도동페스타 연출'이 계획되어 있었지만 모두 무기한 연기되었다. 그만큼 공연계 선·후배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저는 그동안 안정적인 직장이라도 갖고 있어 당분간 버틸 수는 있지만, 공연계 전반적 상황은 너무나 절박합니다. 후배 중 한 명은 올해 초 5천만원을 대출받아 버티고 있는데, 벌써 통장잔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어 부도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최 감독은 바이러스와 악연이 많다. 2015년 대구시립극단 감독으로 취임하면서 첫 공연으로 '레미제라블'을 준비하고 있다가 '메르스'로 인해 그해 가을로 연기한 경험이 있고, 올해는 임기 마지막 정기공연 '창작 뮤지컬 반딧불'을 준비하다가 '코로나19'로 인해 무산되고 말았다.
하지만 최 감독은 지난 5년 동안 대구시립극단의 '예술성' '대중성'과 더불어 '공익성' 강화에 노력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정기공연 횟수를 대구시 조례 규정보다 2배나 많은 연 4회로 늘렸다. 2회는 본인이 직접 연출하고, 나머지 2회는 지역과 전국의 다양한 연출가를 초빙해 대구시민들이 수준 높고 다양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대구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극단의 역할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2017년 동아시아문화도시 폐막식 및 공연 총연출을 맡았고, 매년 3·1절과 광복절 식전 공연을 맡았다. 대구시민들에게 대구의 역사와 자부심을 일깨울 수 있는 창작 무지컬 '반딧불' '비 갠 하늘'을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15일 대구문화예술회관 재개관 기념 공연 때는 총연출을 맡아 사상 최초로 시립극단과 국악단, 무용단, 소년소녀합창단이 협업한 작품을 선보였다.
"창작 뮤지컬 '반딧불'은 대구사범학교 독서회 사건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독립운동 혐의 로 100여 명이 체포되었고, 이중 50명이 옥고를 치뤘으며, 5명이 옥중에서 순국한 사건입니다. 출소 후 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사람도 12명이나 됩니다. 대구시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이 사건을 기억하기 위해 뮤지컬을 만든 것입니다. '비 갠 하늘' 역시 이상화 시인의 형수이며, 이상정 장군의 부인인 우리나라 최초의 여류 비행사이자 독립운동가인 권기옥 선생을 기리는 작품입니다."
최 감독은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시립극단은 공공단체로서 더 많은 서비스를 대구시민들께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평소 소신이었다"면서 "극단 단원으로서는 좀 부담스러운 측면이 있었겠지만, 단원 개인 측면에서도 보다 다양한 무대를 경험하고 시립극단의 사회적 위상이 향상 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또 "170억원을 투입한 대규모 리모델링 덕분에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종합공연에 적합한 무대로 거듭난 만큼, 더 많은 작품을 연출하고 대구의 자부심을 드높일 창작극도 계속 만들고 싶다"면서 "내 개인적 꿈과 공연계 모두의 기대와 희망이 현실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대구공연예술계의 생태계를 지키고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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