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인(人)자가 서로 기댄 형상인 것처럼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간다. 아무리 잘난 사람도 혼자서는 살기 어렵다. 선사시대부터 인류는 서로 힘을 모으지 않으면 사냥을 하는 것도, 농사를 짓는 것도, 집을 짓는 것도, 외침을 막아내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공동체를 만들고 나라를 세웠을 것이다. 현대인이라고 다를 바 없다. 알게 모르게 타인의 도움을 받고 또 남을 도우며 살아간다. 인생은 품앗이인 것이다.
품앗이는 인본주의 정신이 담긴 우리의 미풍양속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빛을 발하는 오랜 상호부조의 문화이다. 특히 노동력 수요가 집중되는 농촌 사회의 봄가을 농번기가 그랬다. 이웃의 일손을 빌리지 않고는 무슨 일이든 해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서로의 노동력을 빌려쓰고 또 되갚는 방식의 품앗이가 생긴 것이다. '품'은 일을 뜻하고 '앗이'는 교환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경북도가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돕기 위한 농산물 팔아주기가 큰 호응을 얻었다. 이른바 '농산물 품앗이 완판 운동'이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판매 현장에 직접 뛰어들고, 모든 공공기관이 동참했다. 경북도 쇼핑몰인 '사이소'에서 할인 판매를 하고, 유튜브 채널 '보이소TV'에서도 농산물 완판 운동을 펼쳤다. 깊어가던 농어민들의 시름이 많이 해소되었을 것이다.
'달빛동맹' 병상 나눔으로 광주에서 치료를 받던 대구 코로나 확진자들이 지난주 초 모두 퇴원했다. 코로나 확진자 폭증으로 대구에 병상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광주의 여러 기관단체가 대구 환자들을 받아들여 치료한 지 40일 만이었다. 집으로 돌아간 대구 환자들은 광주에 감사의 메시지를 남기고 참외를 선물로 보냈다. 광주에 어려움이 닥치면 대구가 또 그렇게 할 것이다. 영호남 품앗이에 다름 아니다.
정치도 품앗이다. 무한한 여당도 영원한 야당도 없다. 여야가 서로 건설적인 비판은 하되 국민을 위한 상생의 정치를 한다면, 여야의 입장이 뒤바뀌어도 사생결단의 대립은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국가가 어려울 때일수록 더욱 그렇다. 코로나 전염병 대란 속에 모처럼 불꽃이 되살아난 영호남 달빛 품앗이 정신이 보수와 진보, 야당과 여당, 동쪽과 서쪽으로 극명하게 갈린 정치판에 사그라들까 걱정스럽다.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