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특별 기고] 이철우 경북도지사 "국난극복 운동으로 TK 저력 보이자"

"시도민 주눅 들고 움츠릴 필요 없어"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

21대 총선 결과에 대구경북 고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당장 내년 예산 확보에서부터 빨간불이 켜졌다고들 한다. 국가 전체의 선거 결과와 지역 민심이 다소 어긋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민심은 역동적이며 시대상을 반영하는 것일 뿐 시도민이 주눅 들거나 움츠릴 필요는 없다.

과거에는 주로 호남이 정치적 고립을 걱정했다.

2008년 제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은 81석으로 개헌 저지선마저 지키지 못했는데, 당시 호남이 한나라당에 행사한 정당투표는 광주 5.9%, 전남 6.3%, 전북 9.2%에 불과했다.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들에게 평균 27% 지지를 보낸 대구경북보다 더욱 고립 상황이었다.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7년 이전의 호남은 말할 것도 없다.

그래도 호남은 지역발전에 있어 영남에 뒤지지 않았다.

호남선철도 복선화는 1978년부터 시작됐다. 무안국제공항은 1986년부터 추진됐고 1989년 현 위치를 확정했다. 서해안고속도로 건설은 1990년에 시작했다. 이어 새만금 사업도 1991년에 착공했다. 모두 전두환, 노태우 정부 때 기반을 닦은 것이다. 제2서해안 고속도로 역시 보수정권에서 추진됐다.

반면에 우리는 정권을 창출하고도 동해안을 교통 오지(奧地)로 남겨뒀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로 이어지는 10년 동안 '정권의 수혜지', '형님 예산' 소리를 들으면서도 동해안 철도, 고속도로를 건설하지 못했다. 1km가 넘는 해상 대교가 전국에 30개나 되는데도 포항에 영일만대교 하나 놓지 못했다.

한마디로 우리는 정권을 잡아도 못했고 호남은 정권이 없어도 해냈다.

호남의 성과가 필사적인 노력에 따른 것인지, 정권이 정치적 약세지역을 홀대하지 않은 때문인지는 사람마다 판단이 다르다. 그러나 필자가 국회의원 시절을 돌아보면 호남 공무원들의 끈질긴 자세만큼은 남달랐다. 이러한 호남의 노력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정치적 소수지가 된 대구경북은 저항만이 능사가 아니다.

개방적 자세와 스스로 실력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 지난해 초 도청 공무원들에게 "앞으로 'TK패싱'이라는 말은 없다. 국비확보에 성과가 없으면 우리 실력이 부족한 탓이다"고 선언했다.

도지사부터 지난 1년 동안 36차례에 걸쳐 청와대, 총리실, 기획재정부 등의 인사들을 만나며 솔선수범(率先垂範)했다. 그러자 공무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정부 부처를 찾아가서 국비를 한푼이라도 더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국가예산이 9.3% 증액된 상황에서 경북이 확보한 국비예산은 21.1%, 7천777억원이나 늘어났다. 자동적으로 지원되는 국비까지 합산하면 8조8천억원 규모로 대폭 증가했다. 경기도를 빼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대구경북은 화랑, 선비, 호국, 새마을 정신을 통해 피와 땀으로 나라를 지켜왔다. 이번 총선에서 개헌 저지선을 지켜낸 것도 의미가 크다. 의기소침할 것 없다. 대구경북 통합과 통합신공항 건설 등 글로벌 경제권으로 약진할 과감한 지역발전 사업들을 정부에 끈질기게 요청하고 여당과의 통로도 열심히 마련하면 된다.

우리에게는 절망의 상황에서도 스스로 극복하려는 강인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 먼 역사까지 갈 것도 없이 이번 코로나 사태에서도 차분히 질서를 지키는 시민의식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제 대구경북에서부터 일어나 국난극복 운동을 전개해서 닥쳐오는 경제위기의 파고를 넘고 대한민국의 중심을 잡고 나아가자. 민과 관이 모두 나서 투자와 소비를 일으키고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 코로나 피해에 총선까지 피로가 겹치지만 시도민 모두 가슴을 펴고 긍정의 길로 나아가야 내일의 희망을 만들 수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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