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등교 개학 손꼽아 기다려요" 애타는 야학 만학도들

검정고시 날짜는 다가오는데 휴교 길어지면서 만학도들 애가 타
삼일야간학교, 온라인 수업으로 대면 수업 대신하기도

23일 대구 달서구 삼일야간학교에서 라다형(28) 고등검정고시반 교사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23일 대구 달서구 삼일야간학교에서 라다형(28) 고등검정고시반 교사가 스마트폰을 활용해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imaeil.com

"학교가 빨리 개학했으면 좋겠어요. 한글도 쓰고 싶고, 수학도 풀고 싶어요."

두 달째 학교에 못 간 만학도들이 교실을 그리워하고 있다. 야학교실이 코로나19로 문을 닫으면서 학교 교실에서 수업을 들을 수 없게 되면서다.

대구 달서구 월성동 학산종합사회복지관의 고등검정고시반과 중등검정고시반은 코로나19로 2월말 부터 두 달 가까이 문을 닫았다.

이 복지관에서 중등검정고시를 준비하고 있는 이태숙(65) 씨는 "선생님들에게 문제도 물어보고 해야 하는데 물어볼 곳이 없다"며 "수업을 처음 들었던 지난해 4월부터 단 한 번도 수업에 빠지지 않았다. 교실이 다시 열리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늦은 나이에 마음 먹고 시작한 공부인 만큼 학업에 대한 열정은 10대 학생들과 비교가 안될 만큼 뜨겁다. 가방끈이 짧다는 설움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가 한 발짝씩 멀어지는 기분에 조바심은 커져 간다.

교사들도 학생들을 그리워하긴 마찬가지다. 김은지 학산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선생님들도 검정고시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수업을 못 해주시니까 안타까워하고 걱정을 많이 한다"고 했다.

수업을 하지 못한 채 검정고시 시험일(5월 23일)이 다가오자 일부 야학은 온라인 수업에 나서기도 한다. 대구 달서구 감삼동의 삼일야간학교는 지난달 12일 온라인 개학을 했다. 이후 매일 오후 7시면 검정고시반 실시간방송 채팅방에 60, 70대 만학도들이 하나둘씩 모여든다. 교사가 밑줄을 그으며 문제를 설명하면 '네', '잘 모르겠어요'라는 채팅이 느릿느릿 올라온다. 실시간 채팅에 서툰 고령의 어르신들이다.

이 학교에서 중고등검정고시를 준비하는 학생은 모두 17명. 이연주 삼일야간학교 교무부장은 "검정고시 시험을 앞둔 만학도들에게는 수업이 간절하다"고 했다.

시행착오도 적지 않았다. 온라인 수업을 시작한 첫 일주일 간은 교사들의 휴대전화가 수업 내내 쉴새없이 울렸다. 영상을 켜는 방법, 채팅창에 글을 남기는 법을 몰라 허둥댔던 만학도들의 전화였다. 방법을 일일이 설명하느라 60분이었던 수업시간도 80분으로 길어졌다.

고등검정고시반에서 수업을 듣는 학생 A(66) 씨는 "온라인 수업이라도 들을 수 있어 다행이지만 한편으로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보고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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