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동인동 재개발 강제철거…'주민 vs 조합' 1달째 망루 대치

이주 보상 입장차…주민 "수평이동 원해", 조합 "감정가 2~3배 요구 과도"
전철연, 기자회견서 "용산참사 떠올라…강제철거 중단, 대화로 문제 해결 촉구"

지난 25일 대구 동인3-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강제철거 현장에서 대구지법 강제집행관들이 크레인에 매단 컨테이너에 탄 채 건물 옥상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제공
지난 25일 대구 동인3-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강제철거 현장에서 대구지법 강제집행관들이 크레인에 매단 컨테이너에 탄 채 건물 옥상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제공

대구 중구 동인동 재개발지역의 강제 철거에 반발하는 주민과 시민단체가 건물 옥상에 망루를 설치한 채 약 한달 째 점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주 보상과 대책을 놓고 견해 차이를 좁히지 못한 것이 원인으로 알려졌다.

전국철거민연합회(이하 전철연)는 28일 오전 11시 중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구 동인3-1지구 철거민들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과 여러 차례 면담해 이주 대책을 요구해 왔으나 조합은 원만한 합의 노력을 포기하고 폭력 살인철거를 강행하고 있다"며 "강제철거를 즉각 중단하고 철거민과 대화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요구했다.

동인3-1지구 재개발사업은 동인3가 88번지 일대 2만6천712.6㎡ 주거지를 허물고 아파트 6개 동(630세대, 최고층수 지하 2층~지상 23층)을 새로 짓는 사업이다. 대우산업개발이 시공한다.

전철연은 "대구는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가장 심각함에도 사회적 약자인 철거민을 대상으로 강제철거를 강행한다. 안전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철거는 국민 주거권을 침해하는 것은 물론 생명마저도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현재 벌어지는 사태를 통해 과거 용산참사를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당시 수많은 철거민의 죽음은 막개발과 살인적 철거에 경종을 울렸지만 11년이 지난 후 문재인정부 하에서 죽음을 부르는 야만적인 살인적 철거가 재연되고 있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대구 동인3-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강제철거 현장에서 크레인과 공사 장비, 용역업체 직원 등이 보인다. 강제철거 대상 건물에
대구 동인3-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강제철거 현장에서 크레인과 공사 장비, 용역업체 직원 등이 보인다. 강제철거 대상 건물에 '우리의 보금자리 죽음으로' 등 구호를 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제공

전철연에 따르면 재개발구역 지주 등 '철거민대책위원회'와 전철연 관계자 등 10여 명은 지난달 30일 오전 9시 30분부터 중구 동인동3가 동인3-1지구 한 5층 건물 옥상에 가건물 망루를 짓고 점거 시위를 벌이고 있다.

주민들은 감정평가에 따른 이주 보상비가 실제 시세에 턱없이 못 미친다며 "보상비를 현실화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점거한 건물 벽면에다 '현 시세 반영 안 된 감정평가 원천무효', '반 토막 시세보장 땅값이냐 똥값이냐' 등 구호를 쓴 현수막을 걸어 놨다.

점거 건물 주인은 "철거 이전에 터를 잡고 살았듯 주거 여건이 비슷한 곳으로 수평 이주해 살 수 있는 정도 금액만 요구한다. 과도한 돈을 요구하는 게 아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측은 감정가 등에 따라 합당한 보상가를 제시했고, 정당한 법적 절차를 밟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곳 조합장은 "건물주와 합의가 원만히 이뤄지지 않아 최종 감정가를 받아들고 이를 지급하려 했으나 건물주 등은 그 2, 3배를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합원 사이에선 보상가 관련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으나, 장기간 농성에 따른 피해도 이만저만 아니라는 이유로 조율이 쉽잖은 상황으로 알려졌다.

대구 동인3-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강제철거 현장에서 집행관과 주민 간 충돌에 대비해 경찰력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제공
대구 동인3-1지구 주택재개발정비사업 강제철거 현장에서 집행관과 주민 간 충돌에 대비해 경찰력이 현장을 지키고 있다. 전국철거민연합회 제공

상황이 이렇다 보니 관련법에 따른 강제집행을 시도하려는 측과, 이를 거부하는 주민 측 대치가 1개월 째 이어지고 있다.

대구지방법원 집행관사무소 관계자들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24일, 25일 3차례에 걸쳐 명도집행 대상 건물에 대해 강제 집행을 시도했다. 그러나 주민들은 해당 건물 옥상에 설치한 가건물 망루에서 1개월 여를 생활하며 유리병, 오물 등을 던지며 저항하고 있어 철거 시도와 중단이 반복되고 있다.

대치 과정에서 대구지법 경비인력과 경찰관이 투척물 파편에 맞아 가벼운 부상을 입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을 해산시키고자 크레인을 이용, 컨테이너에 집행관을 태운 채 건물 옥상에 올리거나 공사 자재로 망루 주면 쇠막대를 정리하는 등 시도도 잇따랐다. 지난 25일 철거 시도 뒤 안전을 이유로 경찰 측이 집행 중지를 요청하면서 당분간 강제집행이 중단된 상태다.

지난 27일 반빈곤네트워크 등 대구 8개 시민단체는 재개발 조합장, 철거 용역 업체 사장, 중구청장, 중부경찰서장을 피진정인으로 해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에 긴급구제를 신청하기도 했다.

용역 인력들이 내부 진입을 막는 탓에 농성자들이 단전·단수 상태로 물과 식사조차 먹지 못하고 있다며 물, 음식, 전기 등을 반입토록 해 달라는 내용이다. 전철연에 따르면 농성자들은 발전기를 이용해 소량의 전기만 공급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경찰이 "내부에 진입해 음식물 여부를 확인한 뒤 제공해주겠다"고 제안하자 "내부를 공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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