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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홍준의 시와 함께]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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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옥타비오 빠스(1914~1998) 작

새 몇 마리가

찾아온다.

그리고 검은 생각 하나.

나무들이 수런댄다.

기차소리, 자동차소리.

이 순간은 오는 걸까 가는 걸까?

태양의 침묵은

웃음과 신음소리를 지나

돌들 사이 돌이 돌의 절규를 터뜨릴 때까지

깊이 창을 꽂는다.

태양심장, 맥박이 뛰는 돌,

과일로 익어가는 피가 도는 돌;

상처는 터지지만 아프지는 않다,

나의 삶이 삶의 참모습으로 흐를 때.

시를 쓰는 일은 완벽한 휴식이다. 좋은 시를 읽는 일 또한 그렇다. 그것은 황홀이고 해방감이다. 시를 읽는 순간은 현실의 내가 아닌 또 다른 나와 만나는 일이다. 시의 황홀은 비논리적인 의식과 언어의 해방에 있다. 에즈라 파운드는 "커다란 책을 많이 쓰는 것보다 하나의 이미지를 제시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했다. 산문에서의 언어는 많은 의미의 가능태들을 희생시키고 그중 하나만을 원하지만 시는 그렇지가 않다. 시의 언어는 변형되면서 광휘를 얻는다.

시를 쓰거나 읽는 일은 갑자기 '새 몇 마리가/ 찾아'오는 일이며 '나무들이 수런대'는 걸 느끼는 일이다. 그것은 '오는 걸까 가는 걸까?' 잘 알 수가 없다. 시를 쓰는 것도, 시를 읽는 것도 '돌이 돌의 절규를 터뜨릴 때까지' 마침내 '맥박이 뛰는 돌'을 만날 때까지' (무)의식의 소용돌이에 '깊이 창을 꽂는' 일.

시는 잃어버린 우리를 되찾게 해준다. 시는 우리를 각성하게 해준다. 찰나이지만, 시는 사물과 현상의 본래 모습을 보여준다. 시는 '나의 삶이 삶의 참모습으로 흐를 때'를 보여준다. 우리에게 인간은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시를 읽는 인간과 안 읽는 인간!

시인 유홍준:1998년 『시와반시』로 등단. 시집 『喪家에 모인 구두들』 『나는, 웃는다』 『저녁의 슬하』 『북천-까마귀』 『너의 이름을 모른다는 건 축복』이 있다. 시작문학상 이형기문학상 소월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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