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란 '예측하지 못한' 상태에서 발생하는 사건이다. 잘못 대처할 경우 개인이나 조직에 부정적인 영향이나 피해를 주는 '중대한 위협'이 된다.
그러나 대개 위기를 이야기하면 가장 많은 반응 중 하나는 설마 우리한테 그런 일이 생기겠어! 하는 태도다. 올 2월 초까지만 해도 "설마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전염병이 대구까지 전파되겠어!"라며 강 건너 불 보듯 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는 단숨에 강을 건너와 대구의 일상적인 업무를 마비시키고, 미래 활동을 어렵게 만들어 도시 전체에 막대한 피해를 주었다.
위기에 가장 좋은 대처 방법은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예방하는 거다. 그러나 모든 위기를 예방하는 건 불가능하다. 위기가 다가왔을 때, 위기를 감지하고 위기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 영향을 최소한으로 막아 평상에 가까운 상태로 회복시키는 '위기관리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위기관리를 실패할 경우 인명 피해, 재산상 손실, 이미지 손실을 입고 쇠락의 길을 걷는다.
안정효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은마는 오지 않는다'는 한국전쟁이라는 위기에 대처하는 마을 사람들의 잘못된 태도로 전통마을이 붕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언례(이혜숙)는 어린아이 둘을 홀로 키우며 사는 과부다. 전쟁이 나기 전까지는 남의 집 허드렛일을 해주며 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잘 지낸다. 그러다 전쟁이 난 어느 날 밤 미군에게 겁탈을 당한다. 그 일이 일어난 뒤, 마을 주민들은 언례를 따돌리는 정신적인 폭력에 허드레 일감도 주지 않는 경제적인 폭력까지 가한다. 결국 언례는 성폭력이라는 직접적인 계기가 아니라, 마을에서 소외되는 정신적 압박과 굶주림이라는 육체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마을을 붕괴시키는 불씨가 된다. 결국 '사람을 저버린' 마을 공동체는 무너진다.
이 세상에 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나 조직은 없다. 그리고 위기관리에 공짜는 없다. 부단한 연구와 관찰, 대비가 요구된다. 위기관리에서 최선은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미리 방지하는 것이다. 차선책은 위기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다. 이때 중요한 건 정신적으로든, 경제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사람을 살리고 보호하는 일에 진심으로 정성을 다해야 한다.
대구는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그 어떤 도시보다 슬기롭게 잘 관리해오고 있다.
무엇보다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먼저 살피는 나눔과 온정의 손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여기에 모든 생업이 멈춘 예술인에 대한 배려까지 놓치지 않았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의 합성어다. 위기는 위험을 동반하지만, 잘 관리하면 전화위복의 기회를 가져다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코로나19라는 위기를 계기로, 대구 하면 '사람을 살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도시, 위기관리 시스템이 잘 작동되는 도시라는 이미지 창출의 기회를 놓치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위기는 곧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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