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봉산문화회관이 기획한 올해 유리상자 두 번째 전시는 응용미술을 전공한 이인석 작가의 설치작품 '내 안에 나는…'이다.
봉산문화회관 2층 아트스페이스. 사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유리상자 공간 안에 세 개의 커다란 갈색 얼굴이 천장에 매달려 있다. 세 개의 조형물 외에 다른 소품은 없고 그게 전부다. 가로 방향의 8㎜ 굵기 밧줄을 촘촘하게 쌓아 구현한 남자와 여자, 아이의 얼굴은 중앙 한곳의 축으로부터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면서 침묵하고 있다. 184×250×65㎝, 181×237×65㎝, 162×197×60㎝ 크기의 이 세 얼굴은 실재하는 특정인을 닮기보다 작가의 머릿속에 그려지는 일반적인 인간의 얼굴이다. 얼굴 여기저기에 밧줄이 끊어져 상처처럼 훼손된 구멍이 있고, 얼굴을 구성하는 밧줄이 얼굴의 양 끝 50㎝쯤에서 절단돼 세 사람 얼굴 사이가 밧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 특이하다.
이인석 작가는 "우리는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간의 이해를 얻기 위해 인관관계를 형성하며 살고 있다.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에서 이해와 오해, 포용과 배척, 사랑과 증오 등 두 가지 양면이 있는데 그 가운데 이기적이고 배타적인 태도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내 안에 또 다른 나의 어리석은 감정이 때로는 상대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다. 이번 작품은 한 걸음 물러나 객관적 시각에서 인간의 양면성에 대해 생각해봤다"고 설명했다.
흥미롭게도, 이 작품은 관객과의 특별한 공감 장치를 숨겨두었다. 유리상자 주변이 어두워지는 밤이 되면 바닥에 반사된 인공조명의 빛 때문에 얼굴 뒷면의 윤곽이 잘 드러난다. 세 개의 얼굴을 형성하고 있는 밧줄이 끊어지지 않고 이어져 있었다면 볼 수 없었을 장면, 즉 얼굴 뒷면의 음각이 양각으로 보이는 착시를 일으키며 관객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그 얼굴의 시선이 따라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다. 여자, 남자, 아이가 각기 자신의 시선으로 관객의 시선과 마주하며 자기 주장만 하는 것 같다.
봉산문화회관 정종구 큐레이터는 "이 작가의 작품은 '연결, 유대, 공유'로 생각할 수 있는 '실, 끈, 줄'이 끊어져 '단절, 분리, 해체'된 현실 세계의 상황과 그것의 원인이 우리 자신의 뜻과 무관한 또 다른 자신의 양면성으로부터 기인할 수 있다는 자기 성찰의 시각화"라고 해석했다. 8월 9일(일)까지. 053)661-3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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