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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향의 '약이 되는' 약 이야기] 면역항암제 보험 적용은 언제?

천주향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천주향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말기 폐암 환자가 펜벤다졸을 먹고 완치됐다며 세상이 떠들썩했던 무렵, 회진을 돌다보면 펜벤다졸 때문에 환자, 보호자, 의료진 간에 마찰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말기 암환자나 보호자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씀하신다.

궁금한 마음에 펜벤다졸에 대해 알아봤더니 대부분 동물실험 위주의 자료들이었고 그마저 항암효과는 불분명했으며,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임상시험은 없었다. 설사 동물실험에서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사람에게 효과가 있으란 법도 없으며, 동물에게는 부작용이 없었던 약도 사람에게는 엄청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임산부가 복용하여 팔다리 없거나 짧은 기형아를 낳아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던 탈리도마이드는 동물실험에서 그러한 부작용이 없었다.

펜벤다졸이 항암효과가 있지만 저렴하다는 이유로 개발하지 않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오랫동안 사용하여 효능이 입증된 항암제 중에 5-FU는 일반인들이 깜짝 놀랄 정도로 저렴한 약인데 보험 적용을 받게 되면 환자는 몇 백원을 부담하게 된다. 저렴하기로 1, 2위를 다투는 항암제이지만 제약회사에서 생산을 하지 않는다거나 수급이 불안정한 적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물론 새로 개발되는 항암제들이 너무 고가이다 보니 음모론도 설득력을 가지는가보다 했다. 실제로 다국적 제약회사의 신약들은 일반인들의 월급보다 비싼 약들이 즐비하며 특히 고가의 항암주사제를 조제할 때 병원약사들은 손이 떨리는 것이 사실이다.

어느날 EBS 프로그램을 통해 펜벤다졸을 복용했던 환자가 면역항암제인 키트루다 임상시험에 참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환자가 호전되기 시작했다고 주장하는 시기는 일반적으로 면역항암제의 효과가 나타나는 시기였는데 복용한지 10일 정도 된 펜벤다졸의 효과로 굳게 믿으면서 유투브에 소개됐고, 그 파급력은 실로 어마어마하게 나타났다. 동물 구충제의 그늘에 숨겨진 면역항암제가 씁쓸했고, 제약산업에 대한 불신이 정말 깊구나 하는 생각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약사님이라면 마지막으로 안 드셔보시겠어요?" 라는 질문에 "저라면 펜벤다졸은 안 먹습니다" 라고 말씀드렸다. 항암제의 경우 적어도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2상 임상시험 정도는 진행되고 있어야 조금의 희망이 있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3상 임상시험 중인 약도 중간에 문제가 생기거나 효과가 없다고 판단되면 중단하는데 하물며 동물실험 정도의 자료가 전부인 약을 내 몸에 스스로 임상시험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지금 임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약들은 앞서 치료받았던 많은 환자들의 객관적인 치료 성적을 바탕으로 하여 처방되고 있는 것임을 한번만 더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많은 암종에서 기존의 항암제들보다 우수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면역항암제가 하루 빨리 1차 치료에서 보험 적용이 확대되어야 근거 없는 체험담에 생명을 담보로 현혹되는 일이 없을 것 같다.

영남대병원 종양전문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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