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정치적 유아(乳兒)

9월 정기국회에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관석 정무위원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간사(왼쪽), 미래통합당 성일종 간사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9월 정기국회에서 대부업 최고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관석 정무위원장(가운데)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간사(왼쪽), 미래통합당 성일종 간사가 지난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경훈 논설위원
정경훈 논설위원

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취임 이듬해인 2014년 '어떤 제품이든 원가에 30% 이상의 마진을 붙여서는 안 된다'는 '공정가격기본법'을 선포했다. 어기면 최고 징역 14년 형에 처하거나 국가가 기업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업과 유통업자의 소비자 착취를 근절하고 기업에도 적정 마진을 보장한다는 선한 의도였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3년 만에 기업의 80%가 줄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국민은 극심한 고통에 내몰리게 됐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로 포장돼 있다'는 말을 실증하는 대표적인 예다. 이런 예는 숱하다. 서민들의 고금리 고통을 덜어 주려는 법정 금리 인하도 그중 하나다. 오히려 서민들의 돈줄을 끊어 버리는 것이다.

일본이 좋은 예다. 2010년 최고 금리를 연 29.2%에서 15∼20%로 낮추자 대부업 대출 잔액은 2006년 20조9천억엔에서 2014년 6조2천억엔으로 70%가량 줄었다. 대부업체의 주 고객인 서민과 중소기업의 대출이 막힌 것이다. 폐업 증가, 비정규직 노동자 양산, 서민 가계 악화, 자살자 증가가 꼬리를 물었다.

한국도 다르지 않다. 문재인 정부는 최고 금리를 20%까지 내리겠다는 공약에 따라 2018년 2월 최고 금리를 27.9%에서 24%로 낮췄다. 이 조치가 대부업 시장에 미친 영향을 서민금융연구원이 지난해 조사해 봤더니 대부업 이용 경험자 중 54.9%가 대출을 거절당해 2016년(16.0%)보다 3배가량 늘었다. 서민금융연구원은 이들이 사금융 시장으로 이동했고, 그 규모는 5조7천억∼7조2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최고 금리를 내리는 법안을 잇달아 발의했다. 어떤 의원들은 10%로 내리겠다고 하고 또 어떤 의원들은 22.5%, 20%로 낮추겠다고 한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10%로 낮춰 달라는 편지를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보냈다. 고마운 소리지만 최고 금리 인하가 더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음을 알고는 있는지 모르겠다.

"(정치인의 행위와 관련해 볼 때) 선한 것이 선한 것을 낳고, 악한 것이 악한 것을 낳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차라리 그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자는 실로 정치적 유아에 불과하다." 막스 베버의 말이다. 민주당 의원님들, 공부 좀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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