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대구지법 안동지원에서 준강간 혐의로 징역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A씨. 대구고법에서 6주간 진행된 항소심에서 A씨는 반성문을 14차례나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달 19일 항소를 기각했다.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피고인의 엄벌을 원하고 있어 엄중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게 이유였다.
재판부에 제출하는 반성문, 탄원서 등이 형량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까. 형사 재판에서 피고인들은 흔히 형량 감경을 위해 반성문이나 선처를 호소하는 피해자 탄원서 등을 내곤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반성문', '탄원서'를 검색하면 ▷전문 작가진 작성 ▷상황별 맞춤 정리 등을 내세운 대필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법조계에서는 성범죄 등 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형량 감경에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라고 강조한다.
반성문은 재판부에 피고인의 반성 사실을 알리는 효과에 그칠 뿐이라는 것이다. 유사한 내용으로 반복해 반성문을 제출하는 것도 형량 결정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곽정호 변호사는 "사건에 따라 다르겠지만 피해자가 엄벌을 원하는 상황에 반성문만 계속 쓰는 것은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지연 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는 "반성문 작성 시에는 '현재 어떻게 뉘우치고 있는지', '앞으로 어떤 생활을 하면서 범죄를 안 저지를 것인지'와 같은 내용을 담는 게 중요하며, 횟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했다.
반면, 피해자가 가해자에 대한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거나 합의한 사정이 있는 경우엔 양형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 역시 주변의 회유 등이 있었다고 의심되는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실제로 지난 24일 대법원은 친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B씨에게 징역 1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B씨는 딸이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낸 점을 강조했지만 법원은 "아버지의 처벌로 가정에 경제적 어려움이 발생하게 된 죄책감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감경 사유로 인정하지 않았다.
최 변호사는 "피해자가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나 합의서 등이 있으면 재판부는 이를 참작하게 돼 있다"며 "이 때문에 형량 감경을 위해서는 피해를 입은 당사자로부터 용서를 받는 등의 사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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