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기본적으로 먹고 싼다.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잘 먹고 잘 싸는 것이 건강하게 살고 있다는 증거다. 이 문장에서 '잘'에 방점이 찍힌다. 먹기까지의 과정은 멀고도 험하다. 음식의 원재료인 곡식, 채소, 생선, 고기 등을 누군가는 기르고 잡아 와야 한다. 그걸 옮기고 가공과 포장을 해서 또 이동시키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제야 겨우 뭐든 삼킬 수 있다. 그걸 얻기 위한 노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싸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건강한 몸을 가지고 있다면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우선 입맛이 살아 있어야 한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안 나오듯 뭐든 들어가는 게 있어야 나오는 게 있다. 몸 상태뿐만 아니라 걱정거리가 없어야 뭐든 달게 넘어간다. 거기다 오장육부까지 든든하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먹고(읽고) 쓴다. 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해야 한다.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내가 알기로 잘 읽고 잘 쓰는 게 나름 괜찮은 작가로 살고 있다는 증거이다. 여기서도 '잘'에 방점이 찍힌다. 쓰기 전 단계인 글감을 모으는 과정도 멀고 험하다. 작가가 영감을 얻기 위해서는 읽고, 돌아다니고, 누군가 또는 뭔가를 만나고, 느끼는 과정을 멈추지 않고 해내야 한다. 거기서 얻은 원재료를 적재적소에 저장해 두었다가 숙성시켜야 한다.
쓰는 과정은 훨씬 만만치 않다. 어느 정도 알려져 독자층이라도 갖고 있다면 크게 의식하지 못하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책은 우선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여기서는 출판사의 마케팅도 한몫하겠지만 아쉽게도 무명작가에게 출판을 허락해주는 출판사도 적을뿐더러 출판을 하더라도 마케팅에까지 투자해 줄 출판사는 그다지 많지 않다). 좋은 글만 쓰면 언젠가 독자들이 알아줄 것이라고 하는데, 맞는 말이다. 실제 좋은 글을 쓰던 작가가 조금 늦게나마 인정받는 일도 생긴다. 그렇지만 운이 좋아야 이룰 수 있는 꿈이다.
이렇듯 길게 썼지만 한마디로 글을 써서 빛을 보기란 몹시 힘들다는 말이다.
얼마 전 모처에서 또 들은 말이 있다. '또'라는 말을 굳이 기록하는 것은 이 말을 그전에도 여러 번 들어서다.
"작가는 배가 좀 고파야 좋은 글 쓸 수 있잖아요." (웃으면서)
맞다. 어려운 시절을 겪어낸 선배 작가들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한편 그럴싸한 것도 같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모두 배가 고팠다. 작가도 잘 읽고 잘 쓰려면 잘 먹고 잘 싸야 한다. '매를 좀 맞아야 말을 잘 듣지요' 라는 말처럼 들었다면 내가 좀 과민한 걸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곡히 부탁드리는데 부디 '배가 좀 고파야……' 이런 말씀은 좀 자제해 주시면 어떨까, 안 그래도 배고프니까 말이다.
김성민 시인· 도서출판 브로콜리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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