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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걸 다 거래하려는 당근마켓…대구에선 혈압약까지

당근마켓 홈페이지 캡쳐
당근마켓 홈페이지 캡쳐
당근마켓에 올라온 의약품 거래 글.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쳐
당근마켓에 올라온 의약품 거래 글. 당근마켓 어플리케이션 캡쳐

"혹시 대구에서 혈압약 한 알 내지 두 알만 구할 수 없을까요? 140-150 정도 나오는데 채용 문제로 일시적 복용 원합니다"

지난 8월 인터넷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당근마켓'에 처방전이 필요한 고혈압치료제 구매를 원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 어떤 사람이 "처방 받은 거 몇 알 드리겠다"고 댓글을 남겼다. 하지만 의료기관에서 처방받은 약을 중고거래로 올리는 것은 불법행위다.

'당근마켓'이 새로운 중고거래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거래해서는 안 될 물건들까지 거래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중고거래의 고질적 문제인 사기 거래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이달 16일 오후 6시 36분쯤 당근마켓 서귀포시 지역 카테고리에 '아이 입양합니다. 36주 되어있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이불에 싼 아이 사진도 함께 올렸고, 판매 금액으로는 20만 원을 책정했다.

당근마켓 측은 오후 6시 40분쯤 다른 이용자의 신고가 접수되자마자 A씨에게 '거래 금지 대상으로 보이니 게시글을 삭제해 달라'고 메시지를 발송했고 오후 6시 44분쯤 해당 글을 강제 비공개 처리함과 동시에 A씨를 영구 탈퇴시켰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실제로 미혼모였고, 원하지 않았던 임신 후 혼자 아이를 출산한 상태에서 육체적·정신적으로 힘에 부친 나머지 이런 글을 작성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근마켓은 이용자가 사는 동네를 기반으로 중고거래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물품을 동네사람끼리 만나서 거래하는 직거래 방식 위주로 거래가 이뤄지다보니 좀 더 믿을만한 중고거래를 원하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문제는 의약품처럼 중고거래를 할 수 없는 품목까지 거래가 이뤄지는 창구로 당근마켓이 용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서비스 운영 초기에는 신고기능과 제재 기능을 통해 의약품 거래 자체를 차단했는데 최근에 이용자수가 급증하고 운영 인력이 부족했다"며 "최근에 기술적인 조치를 취해 의약품 거래가 원천 차단되도록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중고거래의 고질적 문제인 사기거래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안전거래 사이트로 피싱을 시도한다거나, 환불을 요구했더니 당근마켓을 탈퇴해 환불받을 수 없게 되는 사례도 인터넷 맘카페 등을 중심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근마켓 측은 "반려동물·주류·가품(짝퉁) 등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정해놓고 인공지능(AI)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걸러내고 있다. 판매 게시글이 올라올 때마다 AI가 이미지를 분석해 거래 금지 품목 여부를 확인하고, 머신러닝(기계학습)으로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정확도를 높인다"며 "의약품 등 중고거래 금지 항목이 새로 나타나는 경우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이기 위해 내부 기술팀 등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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