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1주기 추도식을 찾았다 일부 참석자들로부터 "보수를 망치지 말라"는 내용의 격한 항의를 받았다. 지난해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의 전신) 대표에 이어 두 해 연속 보수야당 대표가 참석자들로부터 야유를 받은 셈이다.
민족중흥회 주관으로 열린 이날 추도식에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주호영 원내대표, 송언석 비대위원장 비서실장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참석했다. 추도식은 당 지도부의 별도 발언 시간 없이 약 1시간20분 동안 진행됐다. 김 위원장은 줄곧 굳은 표정으로 자리를 지켰다.
추도식을 전후해 몇몇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을 향해 욕설을 퍼붓거나 고성을 지르는 등 소란이 일었다. 추도식이 끝난 뒤 김 위원장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한 중년여성이 김 위원장을 향해 "박정희 대통령과 사진 찍으려 왔느냐"며 고성을 질렀다. 또 10여 명이 김 위원장을 막아서며 "물러 나가라", "빨갱이" "보수를 버리자고 했는데 보수를 버리면 무엇으로 할 거냐", "박근혜 전 대통령을 석방하라" 등의 항의를 쏟아냈다.
일부 참석자는 박정희 전 대통령, 고 육영수 여사 사진이 담긴 현수막을 펼치며 앞을 가로막기도 했다. 김 위원장 등은 미리 대기해 놓은 차를 타고 말없이 자리를 떠났다. 지난해 황 전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 추도식을 찾았을 때도 참석자들이 항의를 쏟아낸 바 있다. 당시에도 "배신자" "탄핵 무효" "즉각 석방" 등의 구호가 나왔던 것
한편 이날 개식사를 낭독한 정재호 민족중흥회 회장은 "세월이 하수상하니 세상 물정이 물구나무 선 오늘이다. 형형했던 대한민국의 기상이 볼품 없이 시들고 있다"며 개탄했다. 그러면서 "님의 따님(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명예회복을 위해 모든 걸 바치겠다"고 말했다.
강창희 전 국회의장은 추도사에서 "우리나라가 성공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는 것도 박정희 시대부터 쌓아 올린 경제력과 국가재정, 국민건강보험을 비롯한 제도, 그리고 의료 및 통신 인프라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전 의장은 "지금 권력자들은 이 빛나는 역사를 부정하고 있다. 대한민국을 세우고 전쟁에서 구해낸 큰 어른들의 묘를 이곳 현충원에서 파내자는 패륜적 언동까지 서슴없이 나오고 있다"고 정부 여당을 비난했다.
그는 "우리가 좀 더 지혜로웠더라면, 국민의 생각과 기대의 높이를 더 일찍 더 깊이 생각했더라면, 이토록 우리들 마음이 억울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현대사가 이토록 뒤집히고 이토록 수모를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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