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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숙의 옛그림 예찬]안중식(1861-1919) 외 7명, ‘君子樂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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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사 연구자

비단에 수묵담채, 22×47.5㎝, 삼성미술관리움 소장
비단에 수묵담채, 22×47.5㎝, 삼성미술관리움 소장

얼핏 보아도 여러 명이 합작한 부채 작품인 것이 눈에 들어온다. 붓을 함께한 화가와 서예가의 붉은 인흔(印痕)이 모두 18방이다. 오른쪽부터 그림을 보면 조석진이 괴석을 그렸고, 김규진이 대나무를, 김응원이 난초를, 고희동이 영지를, 안중식이 국화를, 이도영이 매화를 그렸다. 글씨는 왼쪽 위에 김돈희가 예서로 '집중장이위아유(集衆長而爲我有)', 곧 "여러 작가들의 장기가 모여 나의 소유가 되었네"라고 하여 그가 이 부채 주인임을 알려준다. 오른쪽 위에는 오세창(1864-1953)이 석고문 전서로 '군자낙지(君子樂之)', 곧 '군자의 즐거움'이라고 1927년 봄 추제(追題)하여 이 부채의 작가는 8명이 되었다.

이 작품은 안중식이 타계한 1919년 이전 완성되었을 텐데 그 당시에는 그 자리에 없었던 오세창이 뒤늦게 합류한 것이다. 모두 동지들이어서 오세창은 10여년 후 뒤늦게라도 합작에 참여하고 싶었던 것이다. 오세창이 쓴 '군자낙지'가 이 부채그림의 제목이 되었는데 군자의 즐거움이란 여기에 그려진 매난국죽과 괴석, 영지 등일 수도, 또는 이렇게 모여 교류하며 동호(同好)의 심정을 북돋우는 것이야말로 군자의 즐거움이라는 뜻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이 연결되는 중심이 안중식이다. 안중식, 조석진, 김응원은 서화미술회 교수진이고, 김규진, 김돈희, 오세창은 안중식의 화실 경묵당과 서화미술회를 드나들었던 동료 서화가이며, 이도영과 고희동은 경묵당으로 입문한 안중식의 고제(高弟)로 이들은 모두 1918년 창립해 안중식이 초대 회장을 맡았던 서화협회 회원이다. '군자낙지'는 근대기 거장들의 합작품인 것이다. 8명이 붓을 댔음에도 산만하지 않고 짜임새 있게 완성되었다. 자신의 장기에 따라 실력을 발휘한 후 소림(小琳), 해강(海岡), 소호(小湖), 춘곡(春谷), 심전(心田), 관재(貫齋), 성당(惺堂), 위창(葦滄) 등 호로 서명하고 부채 크기에 어울리는 작은 인장을 갖추어 찍어 격조가 높다.

안중식의 호 심전은 '마음 밭'이다. 심전경작(心田耕作)이라는 불가의 말이 있다. 여기에서 그의 화실 이름 경묵당(耕墨堂)도 나왔다. 경묵당은 선사(禪師)들이 심전을 갈고, 농부들이 토전(土田)을 갈듯, 자신은 먹으로 경작해 생산물이 그림인 화가임을 나타낸 이름이다. 묵정밭이 되지 않도록 마음공부를 한다는 자세를 가진 인품답게 그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안중식은 무릎제자인 이상범과 노수현에게 '청년 심전'인 청전(靑田)과 심산(心汕)으로 자신의 호를 한 글자씩 주어 아끼는 뜻을 표시했다. 이당 김은호는 스승 안중식을 "누구든지 그를 대하면 압도당할 것 같은 위풍(威風)을 떨치고 있었지만 마음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고 추억했다. 코로나 시대, 스승과 동지들은 어찌 지내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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