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강지원 변호사 "사랑이 결핍된 정의는 반쪽짜리"

매일탑리더스 아카데미 '정의란 무엇인가?' 강연에서

강지원 변호사가 3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강연하고 있다. 사진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미디어전문위원
강지원 변호사가 3일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탑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강연하고 있다. 사진 임경희 매일탑리더스아카데미 미디어전문위원

'청소년 지킴이' 강지원 변호사가 사회 곳곳에 갈등이 심화되는 요즘 '정의'의 개념에 '사랑'을 더할 것을 제안했다. 스스로의 마음과 지난 상처에 대한 성찰로 타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다는 조언도 더했다.

강 변호사는 2일 대구 그랜드호텔에서 열린 매일 탑 리더스 아카데미를 찾아 '정의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강 변호사는 강연에서 "정치권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스스로를 정의라고 얘기하며 다툼이 이어지는데 과연 정의가 무엇인지 함께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상대가 내 오른뺨을 때렸을 때, 내가 왼뺨을 내민다면 정의인가?', '자녀가 공부를 하지 않고 친구들과 나쁜짓을 하고 다녔을 때 회초리를 들어 심하게 처벌하는 게 정의인가?' '선의의 거짓말은 정의인가?' '고통 받는 사람의 안락사를 돕는 게 정의인가?' 같은 질문을 연이어 제시했다.

강 변호사는 이 같은 문제에서 '정의'에만 집중한다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고통 받는 사람의 안락사를 돕는 것은 옳고 그름에 집중한다면 잘못일 수 있지만, 고통받는 이에 대한 사랑을 대입시켜 판단한다면, 보다 온전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강 변호사는 "모든 문제는 정의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넓고 포괄적인 사랑을 조화시켜 판단해야 한다. 잘못된 사랑, 잘못된 정의라는 개념도 있을 수 있다. 거기에 사랑과 정의 중 하나가 결핍됐을 때 그렇다"고 설명했다.

또 스스로의 마음에 집중해 상처를 찾아낸다면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사랑으로 보듬는 데에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더했다.

그는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누구나 상처가 있기 마련이다. 저만 해도 겉으로 보기에는 사법고시에 합격하는 등 이렇다 할 상처없이 살아왔을 것 같지만 사법고시 수석으로 합격하고 합격증 수여할 때 부모님께 알리지도 않고 혼자 갔다. 어릴 적 꾸중을 많이 한 엄마가 미웠는데 내가 엄청 못된 짓을 했구나 하고 얼마나 반성했는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검찰청에서 비행청소년을 만나면서 심리학, 정신분석학 공부를 많이 했다. 그때 내 안에도 이런 문제가 있구나 하는 걸 느꼈다. 그때부터 생각이 변하기 시작하더라"며 "자신의 입장을 강변하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상처 때문일 수 있다. 내가 좀 과격한 행동을 하거나 감정이 격해질 때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봐야 한다. 그러다보면 스스로의 상처가 보이고, 또 타인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고 했다.

강 변호사는 사법시험 18회에 수석 합격해 24년간 검사로 일했다. 1989년 서울보호관찰소장을 맡은 걸 계기로 청소년 선도에 앞장서 왔다. 현재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방송과 강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강 변호사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을 만든 김영란 전 대법관의 남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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