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눈물의 정경심 "검찰이 내게 첩첩이 혐의 덧씌워"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5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녀 입시비리 및 사모펀드 의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검찰이 저에게 첩첩이 덧씌운 혐의가 벗겨지고 진실이 밝혀질 거란 희망을 품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5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결심 공판을 진행했다. 정 교수는 이날 공판 최후진술에서 "담담히 서려고 노력했지만 사건의 무게감 때문에 심신이 여전히 힘들다"며 "이 사건의 중심에 내가 있다는 사실, 이 사건으로 인해 공직에 임명된 배우자가 사퇴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한다"고 며 이같이 밝혔다.

정 교수는 최후진술 전 "눈이 매우 아파 잘 보이지 않는다"고 언급한 뒤 미리 준비한 내용을 읽었다. 최후진술 과정에서 수차례 흐느끼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그는 '온 가족의 삶이 모두 부정당했다'는 취지로 억울함을 거듭 호소했다.

정 교수는 "제가 결혼 후 직장에 다녀 아이들 학업을 철저히 챙기지 못했다"며 "제가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것은 제가 아는 사실과 너무 차이가 난다"고 했다.

또 "학자였던 배우자가 공직자가 된 뒤 누가 되지 않고 살려고 했다"며 "그런데 한순간에 저뿐 아니라 아이들은 물론 온 가족이 수사 대상이 돼 파렴치한으로 전락하는 것을 지켜보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정 교수는 "모든 컴퓨터 파일과 정보가 압수수색되면서 10여년 삶이 발가벗겨졌고, 저는 일순간 사는 것에 심각한 회의에 빠졌다"며 "한 인간을 지탱하는 것은 살아온 삶에 대한 신뢰와 앞으로 살아갈 삶에 대한 희망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현실에서 담보하는 건 무엇보다 인간관계일 것"이라며 "수십년 인간관계를 이번 사건이 송두리째 무너뜨렸다. 저와 밀접 관계에 있던 어느 누구도 시련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 자리를 빌려 저로 인해 수모와 고통을 겪은 여러 지인께 고개 숙여 사과한다"고도 했다.

정 교수는 "1년 남짓 힘든 시간 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서 "저와 가족이 누린 게 통상 기준에 따르면 예외적일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검찰 조사를 마친 후 법정에 출석하며 저는 희망을 품었다. 검찰이 저에게 첩첩이 덧씌운 혐의가 벗겨지고 진실이 밝혀질 거란 희망이다. 법에 문외한이지만 이런 희망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정 교수 측 변호인도 이날 "검찰의 수사는 법무부 장관(조국 전 장관) 낙마를 목표로 한 것으로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과한 것이었고 결국은 성공했다"면서 "검찰은 아주 작은 부분까지 합쳐서 피고인을 기소했다. 표적수사라는 말을 하는 이유가 있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서로 다른 날 촬영된 자료사진.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정경심 동양대 교수. 서로 다른 날 촬영된 자료사진. 연합뉴스

이날 검찰은 정 교수에게 징역 7년에 벌금 9억원을 구형하고, 추징금 1억6천400여만원 명령을 요청했다. 검찰은 "본건은 언론 등 시민사회가 제기한 살아있는 권력의 부정부패 의혹"이라며 "시민사회의 요구에 따라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사건으로 '국정농단'과 유사한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의 1심 선고 공판은 다음 달 23일 열린다.

정 교수는 2013∼2014년 조 전 장관과 공모해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비롯한 각종 서류를 허위로 발급 또는 위조, 딸의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취임하자 공직자 윤리 규정을 피하려고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에 차명으로 투자하고, 허위 컨설팅 계약을 통해 1억 5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아울러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자산관리인인 김경록 씨를 시켜 자택과 동양대 연구실 PC를 빼내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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